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앙요 Jul 02. 2023

대학 생활

(63)

재요에게. 


자신 있게 일주일 쿠폰을 쓰지 않겠다고 해 놓고는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버렸어..! 

쿠폰을 쓴 것으로 하고 이제 다시 잘 챙겨봐야겠다 허허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정말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난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동아리 활동과 노는 것에만 열심이었다는 거야. 


애초에 뭔가를 더 배우고 연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에 간 게 아니라, 그냥 대학을 가야 입시가 비로소 끝나는 느낌이니까 나름의 노력을 통해 입학했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수업을 듣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 물론 가끔씩, 교수님이 좋아서(귀여워서) 조금 더 애정을 가졌거나 아니면 내용의 일부가 흥미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다른 것들에 밀려서 그 순간들을 더 적극적으로 즐기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해. 


하지만 그 대신 동아리에 쏟았던 시간들이 후회되지는 않아. 원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치열하게 팀 프로젝트를 했으니까. 하고 싶었던 활동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었고 일과 관계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고민했고, 그 과정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어. 엄청난 시간과 애정을 들인 만큼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후에 다른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데에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더욱 확실하게 느꼈어. 


그 덕분인지, 내 외향적인 에너지를 모두 그 시기에 썼다고 표현할 정도로 동아리 활동을 하던 1~2학년의 나는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데 있어 가장 용감했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 점점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두려움이나 귀찮음이 커져가기도 하니까, 한때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해. 


한편, 그 전후로 나의 대학 생활이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3학년 하반기에 교환학생을 갔다 오면서 나의 고민도,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어. 그전에는 훨씬 더 겁 없이 달리면서 조금 더 막연한 꿈을 그렸다면, 너무나 당연하던 일상에서 떨어져 비로소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면서는 보다 현실적인 태도로 나 자신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 무작정 밖으로 끌어다 쓰던 에너지를 나로 되돌리던 그 시간은 분명 어렵고 고통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필요한 전환점이었어.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온 뒤에는 조금 더 대학 이후의 삶으로 연결되는 경험들을 시작했어. 너를 처음 만난 것도 이 시기였기 때문에 너가 본 내 그대로를 떠올리면 되겠다. 그렇게 학교 밖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배움을 이어가다가 입학하고 5년 반이 지난여름에 졸업했어. 


사실 나는 대학교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대학교를 다니던 기간 동안 접한 수많은 자극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해. 소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대학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 대해 적어줘!


2023.07.02.

기요. 

작가의 이전글 선글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