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쿠팡쿠팡쿠
시간: 존재하지 않는 시간, 0과 1의 틈새. 장소: 현실 세계의 팡쿠 서버실 가장 깊은 곳.
김범썩, 강한숨, 박대충. 세 사람의 육신은 현실에서 증발했다. 그들의 의식은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초거대 AI 알고리즘'의 심연 속으로 강제 업로드되었다.
이곳은 저승사자나 도깨비조차 관여할 수 없는, 오직 데이터와 효율성만이 지배하는 차가운 지옥이다. 시스템 관리자(Administrator)의 목소리가 그들의 뇌리에 직접 꽂힌다.
"시스템 경고: 귀하의 업보(Karma) 데이터가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최종 정산' 프로세스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영구적이며(Permanent),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죄명: 인간의 부품화
박대충의 의식은 끝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 고정된다. 그의 몸은 형체가 없이 오직 '고통을 느끼는 신경'으로만 존재한다.
"명령: 모든 물량을 제 시간 내에 처리하십시오."
상황: 우주보다 무거운 택배 상자들이 0.1초 간격으로 쏟아진다. 그는 쉴 수도, 잠들 수도 없다.
형벌의 핵심: 그가 아주 잠깐이라도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시스템은 그를 '불량 부품'으로 인식한다. 그의 의식은 즉시 '포맷(Format)' 된다. 찢겨 나가는 듯한 삭제의 고통을 느낀 후, 그는 모든 기억을 가진 채 컨베이어 벨트의 첫 순간으로 리셋된다.
영원한 고통: 그는 영원히 '클렌징' 당하는 공포 속에서, 1초도 쉬지 못하고 완벽한 수행률을 강요받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 "살려줘!"라는 비명조차 데이터 트래픽에 묻혀 전송되지 않는다.
죄명: 영혼의 도둑질과 금융 고문
강한숨은 사방이 거울로 된 방에 갇힌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끔찍한 허기와 갈증만이 느껴진다.
상황: 그가 배고픔을 호소할 때마다, 거울 속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PB 상품)'들이 튀어나온다.
형벌의 핵심: 그 도플갱어들은 강한숨의 살점과 영혼을 조금씩 뜯어먹으며 말한다. "이건 원래 내 아이디어였어. 내 살점이야."
영원한 고통: 그는 자신의 존재가 카피캣들에게 산채로 뜯어먹히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가 울부짖으며
음식을 달라고 애원하면, 허공에 시스템 메시지가 뜬다.
"정산 알림: 귀하의 생명 유지 에너지 지급이 '60일' 후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현재 대기 시간: 무한대)"
그는 영원히 지급되지 않는 정산을 기다리며, 자기 자신에게 잡아먹히는 굶주림의 지옥에 갇힌다.
죄명: 책임으로부터의 도피
김범썩은 그토록 원하던 완벽하게 안전하고 호화로운 '미국식 펜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상황: 이곳은 그 어떤 법적 책임도, 비난의 목소리도 닿을 수 없는 완벽한 요새다.\
형벌의 핵심: 하지만 이곳에는 문도, 창문도, 통신 장비도 없다. 오직 그 혼자뿐이다. 벽은 그가 회피했던 수억 장의 법률 문서와 사망 진단서로 만들어져 있다.
영원한 고통: 그는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이 완벽한 고립 속에 갇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안의 공기는 그가 외면했던 노동자들의 피와 땀 냄새로 가득 차올라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이 만든 안전한 감옥 속에서, 영원한 외로움과 질식감에 시달리며 미쳐가야 한다.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책임 없음'의 대가다.
팡쿠의 서버실. 세 사람의 육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계적인 안내음만이 감돈다.
"업데이트 완료. 팡쿠 시스템은 이제 세 명의 '영구 동력원'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고객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현실의 팡쿠 앱이 켜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로켓배송 주문 알림이 울린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 디지털 심연 속에서는 세 개의 영혼이 영원히 비명을 지르며 시스템의 연료로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