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시어머니댁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그린하우스 컨셉의 카페에 갔다. 집에서 아침을 오트밀로 일단 해 먹고 카페는 커피와 크롸상을 즐기기 위해 느지막하게 11시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커피와 크롸상을 즐기는 것은 나의 오랜 소확행이다.
그런데 까푸치노를 한두 모금 마셨는데, 평소의 그 개운함을 느끼지 못했다. 비건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항상 오트밀크 까푸치노를 마신다. 집에서 마실 때도 커피에는 무조건 오트밀크를 넣기 때문에 그 맛에 익숙해져서인지 밖에서도 오트밀크 까푸치노로 항상 주문한다. 젖소우유 카푸치노는 왠지 찜찜하다. 그런데 이 그린하우스 카페에는 일반 젖소우유 까푸치노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니면 카페 내부 화초들의 에너지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두 모금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다. 대신, 정말 예상치 않게 갑자기 허브티가 마시고 싶었다. 원래 나는 허브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허브티와 커피 중에 택하라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커피다. 그런데 갑자기 커피가 싫고 허브티가 마시고 싶은 건 뭐지 했다.
녹색 화초들로 둘러싸인 카페에 앉아있어서 그런가? 마시던 커피를 옆으로 치워 두고 레몬향이 나는 유기농 버베나 허브티를 시켰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내가 그들도 본 적 없는 돌발 행동을 해서 어리둥절해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첫 모금 마셨을 때, "아 바로 이거야"했다. 따뜻하고, 맑고, 온화했으며 개운했다. 커피를 아직 마시지 않아서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던 내 마음을 금방 진정시켰다. 커피를 마신 이후의 인위적인 가짜 에너지가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오는 유기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느끼고 그 이후로 기분이 확 바뀌었다.
커피의 에너지와 허브티의 에너지적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커피가 내 몸 안의 수분을 바짝 말리는 느낌이라면 (커피는 탈수를 일으킨다) 허브티는 내 몸 안에 유기적인 생명 에너지가 가미된 수분을 공급하는 느낌이었다.
내 몸 안에 집어넣는 것들의 에너지를 느끼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동안 허브티라면 무시했는데 앞으로는 허브티와 좀 더 친해져 볼 생각이다. 지금 이글도 그동안 부엌 찬장속에 쳐박혀 무시당했던 허브티를 우려 마시며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