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이 좋은 (?) 이유 5
덴마크 코펜하겐 날씨가 요즘(?) 미쳤다. (아니 사실 일년 내내 그렇고 해마다 틀리다). 금년 5월에는 난데없이 25도에 육박하는 예외적인 한여름의 더위를 선사하더니, 6월에 들어 기온은 13-17도에서 왔다갔다 한다. 그런데 코펜하겐의 날씨는 같은 기온인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특별(?)하다. 코펜하겐은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할 때 기온만 보면 안 되고 그날의 풍속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온은 15도인데 거센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9도 일수 있다. 그래서 외출할 때 몇 겹을 챙겨 입어야 한다. 티셔츠, 그 위에 니트류, 그 위에 바람막이 잠바. (그리고 비가 갑자기 올 것을 대비해 웬만하면 방수로). 늦봄에서 초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이 세 가지 레이어링은 필수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게 되면 자전거 속도가 내는 바람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질 것을 대비해 얇은 패딩잠바는 정도는 항상 배낭 속에 넣고 다닌다. 하루에도 갑자기 비바람이 치며 추웠다가 해가 또 빼꼼히 나오면 해가 뜨거워서 또 몇 겹을 벗어야 한다. 그러다가 금세 또 구름이 덮치면 추워져서 도로 끼어 입어야 한다. 옷을 하루에 몇 번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온도조절을 수시로 하는 것은 이곳 삶의 묘미(?)이다.
덴마크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되어서 온도조절의 도사들이다. 어찌나 그날의 날씨에 딱 맞는 옷들을 그렇게 항상 잘 갖춰 입으며 그렇게 시크하게 연출할 수 있는지. 정말 예술이다. 날씨의 횡포와 그에 적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정신을 반영하듯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에 이런 표현이 있다.
"안 좋은 날씨란 없다. 단지 날씨와 맞지 않는 옷만 있을 뿐이다"
There's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unsuitable clothing.
밤에도 요즘에는 무슨 이불을 덮고 자야 할지 모르겠다. 추웠다 더웠다한다. 이불을 뒤집었다가 찼다가 한다. 날씨 탓인지 중년의 호르몬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웠다 추웠다 종을 못 잡겠다.
특히 지난 1-2주 사이에 날씨가 더 변덕스러웠다. 날씨에 맞춰 나의 변덕도 팥죽 끓듯 하다. 날씨의 변덕과 마음의 변덕에 지친 탓인지 기운이 없다. 그만큼 내 안에도 Vata기운이 상승했다. 안 그래도 내 아유르베다 체질상 바타가 많은 체질인데 이런 날씨는 나의 바타 밸런스를 더욱 깬다.
깨진 신체 에너지를 안정시키기 위해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도 일단 아침에 걸으러 나갔다. 나가서 발바닥을 잔디에 대고 15분 동안 앉아서 땅의 에너지를 받으며 그라운딩을 했다.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람은 나를 위해 오늘 어떤 메시지를 갖고 왔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Bob Dylan 의 노래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를 상기하며.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촉감 및 온도도 온전히 느껴봤다. 그 15분 사이에 또 구름이 물러가고 해가 나왔는지 뜨거운 햇살을 받아 서서히 데워지는 내 볼을 느꼈다. 해가 또 그새 또 들어가는지 다시 불어대는 바람을 얼굴에 느낀다.
날씨 명상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없다면 나는 새로운 명상법을 만들어냈다. 날씨 명상... 날씨 명상을 하기에 최적의 곳, 코펜하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