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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지킴 Apr 05. 2022

드라마 '킬힐' - 마라맛 홈쇼핑 세계

리얼 홈쇼핑 인사이드, 현직MD가 리뷰하는 홈쇼핑 드라마



드라마 '킬힐' - 오를수록, 높을수록 탐하고 싶어지는

드라마 킬힐 포스터

업계에서도 홈쇼핑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나온다고 해서, 반응이 뜨겁다. 처음 홈쇼핑 업계를 무대로 해서, 드라마가 나온다고 이야기 들었을 때, "아니 왜 이제서야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업계는 홈쇼핑 인사이더인 내가 봐도 참으로 흥미롭다.


"유통+방송"이라는 업계 특성 상, 빠르게 사이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나의 일터는 모든 희노애락을 담고있는 정수의 공간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의사들의 현실을 제대로 고증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아 나의 일터도 그렇게 그려지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킬힐' 시청을 시작했다.


아차,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 등장하는 주연배우들을 보고 깨달았었어야 했는데, 이 드라마 마라맛 드라마구나.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치열한 암투극을 그린 드라마라니.


출처 : 영화 '해바라기'

너무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아, 꼭 그랬어야만 했냐!!! 하는 짤이 절로 생각나는...서른아홉/검블유/술꾼도시여자들 등등 여자 셋이 나오는 좋은 드라마 많잖아...ㅠㅠ꼭 서로 속고 속이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려야만 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ANYWAY,

드라마 '킬힐'에서 다 설명하지 못한 홈쇼핑 인사이드,

홈쇼핑 인사이더가 고증하는 찐 홈쇼핑의 세계, 지금부터 시작해보겠다.




1. 도깨비 방송

우현(김하늘)은 탑쇼호스트 옥선(김성령)의 매진을 대비해, 도깨비 방송을 촬영한다. 도깨비방송이란, 드라마에서 설명한대로 주력 상품 조기 매진 시, 송출하는 스페어 방송이다.


홈쇼핑 인사이더의 입장에서 특히 현직MD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도깨비방송을 트는 것은 엄연한 "방송사고"이다. 신상품이 정말 예상치 못하게 어마어마한 반응을 일으켜 조기매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대로 물량 예측 및 대비를 하지 못한 방송사고랄까. 나도 아직 도깨비방송을 틀어야하는 상황을 마주해보지는 않았지만, 회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이런 상황은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주로 도깨비 방송은 미리 녹화해놓은 테이프가 존재한다. 들은 응급상황 매뉴얼(?)에 의하면, 조기매진이 확실해지는 순간 담당MD는 미친듯이 편성실로 뛰어내려가 도깨비방송 Tape를 받아서 전달해야한다는데, 어우 상상만해도 너무 쫄린다..!




2. 사전미팅

몇 가지 마라맛 포인트를 제외하고, 오 나름 꽤 고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방송 전 사전미팅 현장.

방송 전 사전미팅이란, 말 그대로 홈쇼핑 방송 전 PD/쇼호스트/MD가 모두 모여 방송 운영 계획 및 상품설명을 진행하는 자리이다. 드라마 상황 상, 여기서도 긴장감이 넘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실제 사전미팅 현장도 여러가지의 이유로 가끔 스릴 넘치는 순간이 발생한다.

과장급이 이렇게 엠디를 줄줄줄 달고 다닌다고? 말도 안된다!

MD입장에서, 특히 론칭 시즌의 사전미팅을  '상견례'에 비유 하고 싶다. 상품을 처음으로 PD/쇼호스트에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내 새끼와도 같은 상품이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내 상품이 자연스레 타 브랜드의 상품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상품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전미팅에 임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갑작스레 날아들 수 있는 돌발적인 질문이나,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사전미팅 자료를 만들고, 상품설명을 준비할 뿐.

드라마에서는 상황 상, 피디가 자료를 미리 준비하지만, 실제로는 이건 모두 MD가 준비해간다.

최근에 지인들로부터 "정말 말을 잘하시네요"라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었는데, 이건 다 방송 전 사전미팅 덕분, 그 공로가 8할 이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한번씩 PT연습을 하는데 안 느는게 이상한거 같기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많이 떨기도 떨었다. 대본을 들고 덜덜덜 떨면서 발표를 한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하하호호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왔지만.


상견례에서 상대방 어머님, 아버님에게 초면부터 점수가 깎이면 결혼이 순탄하게 흘러갈리가 없다. 그런 것처럼 론칭 사전미팅을 잘 진행해야, 그 시즌에 내 새끼와도 같은 상품의 방송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이다. 3월~4월 매주 상견례를 치르는 나는 프로 상견러...ㅋㅋㅋ

패션 방송의 경우, 사전미팅이 끝나면 꼭 쇼호스트가 상품을 직접 입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입기로 한 상품의 사이즈가 쇼호스트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거나, 쇼호스트에게 잘 받는 컬러인지 확인하는 등 착장 테스트의 개념이다.


주로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비율이 굉장히 좋은 편이기 때문에, 팬츠와 스커트 같은 특히 하의류의 경우, 제품의 실제 비율과 비슷하게, 쇼호스트의 다리길이에 맞게 조금 늘여서 착장 할 때가 많다. 우리 홈쇼핑 고객님들 참고해주세요�

말도 안되는, 쇼호스트 VS MD의 난투극

마지막으로, 홈쇼핑 인사이더들이 본다면 극대노 할 정말 말도 안되는, 쇼호스트 VS MD의 난투극

결국 우현쇼호스트에게 안나MD는 뺨을 맞는데...얘...맞아도 싸...ㅠㅠ


홈쇼핑이 다이나믹한 일터는 맞지만, 이런식으로 다이나믹한 곳은 아니다. MD와 쇼호스트는 한 배를 탄 사람이다. 하나의 상품으로 묶여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사전미팅에서 굳이? 이렇게 날을 세울 필요가 없는데? 내 상품을 판매해 줄 사람의 신경을 긁어서 나에게 좋을게 하나도 없는걸...?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았던 기억이ㅋㅋ



사실 처음에는 으아아아 이게 뭐야?! 하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은근히 실제 일터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킬힐' 2화에서는 과연 어떤 홈쇼핑 상황들이 그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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