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싼 걸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느냐면요
"그 비싼 걸 또 봐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사람에게는 잘하지 않는 질문이다. 하지만 뮤지컬을 여러 번 보는 사람은 반드시 듣는 질문이다. 대체 그 비싼 걸 몇 번씩이나 보는 이유가 뭘까. 뮤지컬 팬들이 15만 원이 아깝지 않게, 어떻게 그 뮤지컬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지 소개한다.
실시간으로 함께 숨 쉰다는 것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하지만 뮤지컬은 여전히 그 시간에, 그 공간에서 소비해야만 하는 문화 콘텐츠다. 배우에게도, 스텝에게도, 관객에게도 공연을 하는 그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그래서 모두는 그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몰입을 한 채 함께 호흡하는 경험은 아주 특별하다. 언뜻 보기에는 배우만 바쁜 것 같지만, 사실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박수로, 환호로, 그리고 때로는 침묵으로 관객은 공연에 참여한다. 배우들의 유도에 따라 치는 박수, 고난도의 넘버가 끝나면 절로 터지는 환호성,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 이 모든 것은 뮤지컬 관객만이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다.
정답이 없는 예술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예술인만큼 뮤지컬에는 '연출'의 묘미가 있다. 시간 안에 얼마나 밀도 있게 스토리를 압축하는지,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장소를 어떻게 연출하는지, 인물의 연대기 중 어떤 사건에 더 집중하는지, 그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연출하는지, 원작이 있다면 소설과 영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이 모든 것을 더 깊게 파고들 때 관극은 마치 보물 찾기처럼 흥미로워진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정답이 없다. 같은 캐릭터라도 그 역할을 맡은 배우마다 표현의 방법이 다르다. 대사의 끝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가창을 할 때 어떤 부분에 힘을 주는지, 소품을 어떻게 내려놓는지, 어디를 바라보며 연기하는지, 심지어는 어떤 부분에서 숨을 쉬는지까지도. 약속된 규칙 안에서 배우는 각자의 자유로울 권한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무한 조합, 행복한 선택지
뮤지컬만큼 변수가 많은 예술은 없을 것이다. 그중 가장 행복한 변수는 바로 '캐스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우는 뮤지컬을 이끄는 키맨이다. 그래서 이들의 조합은 유의미한 변수가 된다. 어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의 색깔은 다채롭게 달라진다.
A-B-E / A-D-E / A-B-F의 캐스트 조합이 있다면 이 세 조합은 각각 다른 감상을 줄 것이다. 소년 같은 주인공이 카리스마 있는 후원자를 만났을 때와 자애로운 후원자를 만났을 때의 시너지는 각각 다르다. 상대 악역이 젠틀하지만 권위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지, 위압적이고 강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지에 따라 주인공과의 케미스트리도 달라진다. 모든 캐스트 조합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다른 조합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볼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재미는 '자둘'부터
뮤지컬은 보는 사람의 눈과 귀가 바쁠 수밖에 없는 예술이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중요한 대사를 빠뜨리지 않고 두세 시간 안에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흐름을 캐치해야 한다. 한 번의 관람으로는 사실 이 모든 것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극이라면, 나는 대부분 '자둘' 이상을 선호한다.
'자둘'이란 自+두 번째 의 합성어로 '나의 두 번째 관람'을 의미한다. '자둘 매직'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이는 한 공연을 2회 차 이상 관람할 때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토리를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의 차이. 첫 관람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다시 공연을 보면, 그 작품의 표현 방식에 더 집중하게 되고 놓쳤던 포인트도 하나하나 찾아낼 수 있다.
세트의 흔들리던 책상다리가 오늘은 안 흔들릴 때, 배우가 지난번에 실수했던 구간에서 오늘은 멋지게 고음을 뽑아낼 때, 관객들이 건의했던 불편한 대사가 오늘은 수정되어있을 때.. 그렇게 무대 뒤에 숨어있는 모두의 노력을 볼 때, 우리는 '자둘'을 넘어 어제보다 오늘 더 뮤지컬을 더 사랑하게 된다.
그 밖의 이유는 이제 보는 이의 몫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공감의 미소를 짓는 순간이 있었기를, 이 글이 아직 뮤지컬을 많이 접하지 못한 누군가에게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첫걸음이 되었기를 바란다.
@angiethinks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