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말고 남이 잘 만들어놓은 방탈출 카페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방에만 갇혀있는 요즘. 불현듯 한 때 '방탈출 카페'를 신나게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탈출 카페는 2016~2017년쯤 전성기였고 지금은 아쉽게도 그 인기가 조금 식은 듯하다. 1인당 2만 원 이상의 비용을 내면서도 끊을 수 없었던 치명적인 매력. 방탈출 카페의 입문 포인트를 몇 가지 적어보았다.
선호하는 방 스타일을 파악하자
방탈출 카페는 크게 두 가지로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물쇠형, 두 번째는 장치나 센서형이다. 전자는 문제를 풀어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이고 후자는 소품을 어딘가에 올려둔다거나 특정 액션으로 장치를 작동하게 하는 방식이다. 둘 중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방을 선택하면 되는데, 나는 보통 자물쇠 > 장치 > 센서가 많은 순으로 방을 골랐다. 자물쇠는 비밀번호가 숫자인지 알파벳인지 아니면 방향인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 소품과 연관 지어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센서 방은 공간 안의 소품들을 하나하나 들어보면서 문제를 찾아야 해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눈에 보이는 힌트가 없으니 감을 잡지 못하면 무한정 시간만 흘려보내기도 쉽다) 또한 방탈출을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라면 연속성 있는 문제로 구성된 방이 좋다. 이 문제 다음에는 무슨 문제를 풀지 큰 그림이 잘 보여서 덜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의 스타일이나 종류는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약 전 개인 블로그 등의 후기를 찾아보고 참고하면 좋다.
테마는 쫄보 레벨에 맞게
삑딱쾅, 즉 장치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크게 놀랄 정도의 쫄보라면 공포 테마는 절대 하지 말자. 문제를 풀기는커녕 제대로 방을 탐문하며 문제를 찾기조차 힘들어진다. 갑자기 귀신 그래픽이 튀어나오고, 조명이 팟 꺼지며 스산한 음성이 재생되고, 아르바이트가 문을 열고 등장하는 등의 이벤트는 공포 방이 아닌 방에도 즐비하므로 테마를 고를 땐 꼭 신중하도록 하자.
쫄보인 나는 보통 범죄와 관련된 스릴러 테마를 많이 선택하는데, 적당한 공포는 오히려 몰입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악악 소리 지르면서 더미를 발로 차고 여기저기 널린 증거를 소품으로 내려치면서 즐기기 그래도 너무너무 공포 테마가 하고 싶다면 무서운 걸 즐기는 친구와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친구 한 명은 캐비닛 틈으로 낭자한 가짜 피를 보고 깔깔 웃을 정도로 담력이 셌는데, 그 정도의 레벨이라면 공포 테마 연방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랑 가자
보통 방탈출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가지만 나는 회사 동료들과 갔을 때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다. 시간에 좇기다 보니 게임을 하다 보면 의외의 면이 나오기 마련인데, 회사 자아가 아닌 본래 성격이 그대로 튀어나오니까 얼마나 웃기던지. 평소 말수가 적은 사람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전혀 안 그렇게 생긴 사람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으며 놀라기도 하고.. 방탈출 한 번만으로 서로에게 많은 것을 오픈할 수 있다. 몰려오는 공포 속에서 이것저것 뒤지면서 우당탕탕 하다 보면 팀워크도 저절로 생긴다. 단, 29금 테마 등 위험(?) 요소가 있는 테마는 정말로 모든 걸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랑 가야 한다고 하니 유의. (아쉽게도 안 가봄)
게임이 끝나면? 복기 타임
정신없이 방탈출을 하고 나오면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친구들과 복기 타임을 갖는다. 나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한숨 돌리고, 미처 못 봤던 문제나 힌트에 대해서 얘기하면 마치 탐정이 된 것 같아 재미있다. 방탈출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경우에는 문제를 순서대로 적고, 단서나 풀이 방법에 대해서 적어두기도 한다. (다음 방탈출을 더 잘하기 위한 준비) 물론 다른 친구들과도 '그때 너 표정 진짜 대박이더라' '두 번째 문제 어떻게 맞혔어? 천재 아님?' 등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뒤풀이를 한다. 비록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한 콘텐츠를 함께 경험했다는 건 충분한 대화거리가 된다. 마치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다녀온 학생들처럼 수다가 길어진다. 어쩌면 방탈출 자체보다 더 행복한 게 밍글링의 시간이다.
심화 단계, 크루 꾸리기
방탈출을 몇 번 해봤다면 자연스럽게 '크루'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티브이 프로그램 대탈출만 봐도 알겠지만 방의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크루, 즉 구성원들이 중요하다. 몸으로 부딪히며 문제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탱커, 수학적인 문제나 계산에 빠른 두뇌형 인간, 뛰어난 관찰력이 있는 사람과 활동성이 있는 테마에서 빛을 발하는 몸 잘 쓰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도통 풀리지 않는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이거 아냐?' 하고 찍어서 맞춰버리는 동물적인 육감을 가진 자가 있다면.. 대부분의 방탈출을 쉽게 탈출할 수 있다. 이런 구성으로 크루를 꾸리면 스케일이 큰 집 탈출 테마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참고로 집 탈출 테마는 방탈출 프랜차이즈인 비트 포비아에서 제작한 '히든 퀘스트' 테마를 추천한다. 런닝맨 부럽지 않은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아, 오늘은 대탈출 스트리밍이나 보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