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에 뮤지컬이 들어왔을 때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온라인 상영이 늘어가는 공연계. 얼마 전 직접 유료 구매해 시청한 뮤지컬 모차르트! 라이브를 간단히 리뷰해보았다.
가격 및 구성
- 37,000원 / 1회 스트리밍 후 48시간 VOD 열람 가능 / 네이버 ID로 로그인 후 V LIVE 앱 혹은 웹 시청
- 처음 보는 사람 기준: VIP석이 15만 원임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가격
- 회전문 관객 기준: 차라리 비싸게 해 주고 소장본을 팔지 엉엉 디비디 내놔요
더 잘 보이는 것들
- 현장에서는 다른 요소들을 보느라 세세하게 챙기지 못했던 것들이 더 잘 보였다. 특히 클로즈업되는 배우들의 표정과 평면의 화면에서 더 잘 보이는 조명 대비를 감상하기 좋았다.
- 배우들의 연기: '어떻게 이런 일이'에서 앙상블이 위압적으로 대주교에게 악보를 들이대는 장면, 서약서를 강제로 쓰게 한 체칠리아가 무서운 얼굴로 콘스탄체를 부르는 장면, 빈으로 간 레오폴트가 상자를 내려놓을 때 아마데가 눈을 가리는 장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조명의 활용: 슈테판 대성당 씬의 스테인드 글라스 조명이나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의 콜로레도 대주교와 모차르트의 적녹 조명 대비 등이 현장보다 더 잘 보였다.
- 추가로, 나는 김준수와 박강현 회차 모두를 결제해서 두 모차르트의 색다른 연기를 비교하며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아쉬운 것들
- 카메라가 설치된 구역이 정해져 있다 보니 관객이 '주체적인 관람'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관객이 그 타이밍에 어떤 곳을 바라보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달라질 수 있는 건데,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움직여야 하니 그 한계가 느껴졌다.
- 1회(한 회차만) 녹화로 돌발 상황이 많았다. 배우 컨디션에 따라 기량이 잘 드러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오케스트라의 박자가 밀리거나 유료 판매인데 실화인가요 카메라가 버벅거리며 줌을 당기는 등 다소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최소 2회분은 촬영하고 그 안에서 더 좋은 버전으로 교차편집을 해줬으면 좋겠다.
- 화면 편집은 넘버의 박자와 잘 맞는 편이라 크게 흐름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하이라이트 및 애드리브 장면에 줌이 안 들어간 몇몇 부분은 아쉬웠다. 마치 음악 방송에서 킬링 파트에 애먼 풀샷 혹은 객석 샷만 실컷 나오던 느낌이랄까. 이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 48시간 다시 보기 허용은 너무 짧다. 48시간이라니까 길어 보이지만 워킹데이가 껴서 제대로 복습을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기타 팁
- 모바일이나 아이패드, TV로 여러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콘텐츠인데도 느낌이 확확 다르게 느껴진다. 크롬캐스트 혹은 스마트 TV용 V LIVE 앱 로그인을 활용하면 된다.
- 스트리밍 방송의 경우 1막과 2막 사이 약 3분의 인터미션이 주어진다. 시간 카운팅이 되는 자막까지 나와서 아주 편리했다. 아무리 집에서 보는 것이라도 3시간 동안 계속 시청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공식적인 화장실 타임(ㅋㅋ)이 있어서 좋았다.
생각보다 더 좋았던 것
- 머글 유입 삽가능. 한 번은 뮤지컬을 잘 안 보는 친구들과 같이 VOD를 시청했는데, 이 콘텐츠를 보고 직접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엄청난 순기능이다. 영업용 영상으로 딱!
- 공연을 함께 보는 관객들과 소통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실제 공연을 보면서는 말을 할 수 없으니 감동적인 순간에도 박수와 잠깐의 환호 정도만 허용되는데, 보는 내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재미있었다. 놓쳤던 장면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해석에 대해 의견도 나누고. 공연이 끝나고는 커튼콜이 시작되니 쟉쟉쟉 박수 이모티콘이 채팅으로 후루룩 올라가는 모습도 귀여웠다. 특별히 좋아하는 넘버나 구간의 타임라인을 찍어준다던지 (ex 14:51 에서 모차 연기 봐주세요 등) 다시보기 기간이 만료되는 순간까지도 나가지 못하고 다같이 채팅으로 달리는 경험이 아주 신선했다.
뮤지컬은 비싼 가격과 직접 가서 오랜 시간 관람해야 하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또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소 폐쇄적이라 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이번 온라인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뮤지컬을 즐긴 것 같아 뿌듯하고 왜 내가 뮤덕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장이 마련되어 좋았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들을 집 안에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