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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ie 앤지 Nov 26. 2021

직장인이 무슨 코치가 필요해

방향을 잃은 직장인들에게 바치는 멘탈 코칭 리얼 후기

회사 게시판에서 우연히 <직장인 멘탈 코칭 프로그램> 모집 글을 봤다. '지금 당장 퇴사하고 싶어!' 같은 생각을 하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오래도록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직장인이라면 늘 마음속에 실체 없는 사표 하나쯤은 품고 사니까 나는 지금까지 심리 상담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내 문제는 결국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내 고민이 너무 보잘것없는 거면 어떡하지?', '내 얘기를 어떻게 제3자에게 조리 있게 설명하지?', '과연 내 속마음을 다 꺼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그렇게 생애 첫 직장인 멘탈 코칭을 받게 된 후기를 공유해드립니다.



오리엔테이션

처음에는 비대면으로 그룹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OT는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익명의 채팅방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우리는 '나의 지난주를 세 개의 단어로 표현해보기', '일과 나의 관계 묘사하기' 등 여러 가지의 질문을 통해 마음속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고민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그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위안이 되었다.


'코칭'은 '상담'과는 조금 달랐다. 코치님이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내가 답변을 하면서 내 상황을 파악하고, 그다음 스텝을 어떻게 해나갈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랬구나" 같은 장면을 상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객관적이고,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후 개별 코칭 타임을 정하고, 오티는 끝이 났다.

 


실습 하나: 문제의 시작이 어디인지 찾기

최근의 나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간단히 정리해 코치님을 만났다. 1:1 코칭은 처음이라 약간 긴장이 됐다. 간단한 스몰토크 후, 가지고 있던 고민을 조금씩 털어놓자 코치님이 내게 물었다.


"그 고민이 시작된 게 언제였나요? 그 고민이 시작된 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그 질문에 처음으로 내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봤다. 코로나의 영향도 컸고, 건강상의 문제도 생겼고, 회사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나 둘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외부의 변수'가 많았다. 고민에 대해서는 늘 내 안에서만 원인을 찾았는데, 질문 몇 개로 관점이 180도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를 나눠보니 어떤 생각이 드세요?"

"생각보다 외부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그리고 그런 변화에 내가 꽤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구나- 싶네요."


처음이었다. 항상 나의 문제라고 여겼고, 내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상담도 많이 했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주었지만 어쩐지 시원하게 해결된 적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안고 있던 문제는 의외로 외부의 영향이 가장 컸던 거다.


"앤지님 잘못한 거 없어요. 성실하게 살아왔어요. 그런데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더라고요."


이어진 코치님의 말을 듣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금은 울컥하기도 했다. 나는 뭐 때문에 그렇게 나를 괴롭혀왔을까. 이렇게 쉬운 걸 어려운 길로 한참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탓을 더 해보세요."


코치님의 조언에 나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한 주를 보냈다. 내 탓이 아니야.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평온했다. 고민하던 것들도 많이 내려놓았다. 상황이 정리되니 모든 것이 가벼워졌다. 



실습 둘: 올바르게 명명하기

나의 두 번째 고민은 바로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즐거웠다. 하지만 차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 후로 글을 쓰는 게 너무 괴로워졌다. 젠장 이렇게 괴로운 게 맞나. 내가 욕심쟁이인 건가. 그치만 잘하고 싶은데 어쩌지. 다른 취미를 찾아야 하나? 아니면 마음을 비워야 하나? 나는 코치님께 이런 고민을 모두 털어놓았다.


"글쓰기를 '취미'말고 '나를 위한 작업'으로 불러보세요."


코치님의 취미는 넷플릭스와 독서라고 했다.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시간 나면 하는 거. 하지만 내게 글쓰기는 그런 '취미'의 개념을 넘어선 거라고, 그래서 힘이 든 거라고 코치님은 말했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지만 죽도록 사랑하는 자식 같은 존재처럼, 이미 그렇게 글쓰기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너무 사랑해서 힘들었던 거네요."


깨달음을 얻은 나에게 코치님은 당근도 함께 주셨다. 


"글쓰기를 그렇게 열심히 한다는 건 앤지님에게 재능이 있는 거라고 봐도 돼요. 작가가 아닌데, 그렇게 힘들고 괴로우면서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정말 없거든요."


나를 위한 작업. 글쓰기를 그렇게 정의하니 갑자기 그 고통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이 작업은 고통스럽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이야. 그러니 나는 잘 해낼 거야. 복잡했던 실타래가 풀린 기분이었다. 무언가에 올바르게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아주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



실습 셋: 더욱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마지막 코칭 데이에는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간순간 눈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8년 차 직장인이 되었는데, 가끔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됐다.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고 누가 말해줬으면 싶었고, 솔직하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코치님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내가 A라는 행동을 했을 때의 득과 실, 내가 B라는 행동을 했을 때의 득과 실. 내가 A라는 행동을 한 이후 5년 뒤의 득과 실, 내가 B라는 행동을 한 이후 5년 뒤의 득과 실.. 나는 코치님이 질문하는 대로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런 걸 얻을 수 있고, 이런 걸 잃게 될 것 같아요. 저런 것도 얻지만, 저런 건 잃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쉬웠지만 갈수록 대답이 짧아졌다. 생각보다 내 고민의 깊이가 깊지 않았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충분히 고민하지도 않은 채 그냥 입버릇처럼 앓는 소리를 뱉었는지도 몰랐다.


현실적으로 얻는 것 잃는 것을 적어보니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방향 또한 명확해졌다.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요? 코치님이 다시금 물었다. Next Step에 대한 질문이었다. 방향이 정해지니 다음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 다음 목표는 이거다. 그제야 발목을 옭아매던 덩굴이 싹둑 잘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느새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 문제는 다 내 거.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단 몇 번의 코칭으로 수년간의 고민이 (대부분) 정리되다니. 운 좋게도 아주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조력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제가 맨날 드리는 말이 있어요. 고민도 아웃소싱 하시라고."


코치님이 해준 말은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러니까요. 내가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그리고 코치님께 나는 허락을 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을 글로 적어봐도 되겠냐고.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그렇게 나는 약속을 지켰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 여러분도 멘탈 코칭을 한 번 받아보시기를. 내 고민의 무게를 나누는 것 외에도, 그것을 어떻게 적당히 덜어내고 버리고 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다 커버린 어른의 성장 고민은 멘탈 코치에게!


(+)

코치님 정보도 살짝 올려둡니다. #광고아님 #협찬아님

https://brunch.co.kr/@bestmental


@angiethink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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