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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ie 앤지 Feb 09. 2021

클럽 하우스 가입, 초대장 없이 성공했습니다만

직접 사용해보고 느낀 몇 가지 인사이트까지

현재 시각 2시 6분. 잘 시간이 한참 지났다. 바로 클럽 하우스 때문이다. 핫하디 핫한 이 앱, 대체 왜 그렇게 재밌다는 걸까? 그 안에서 뭘 하길래 사람들이 북적북적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룰까? 초대장이 있어야 한다는데, 초대장 없이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클럽 하우스 5일 차, 가입부터 지금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보았다.




Day1. 초대장 없이 초고속 가입을 했지만

클럽 하우스의 존재를 알고만 있던 나. 요즘 뜨는 앱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오늘 저녁에 모 기업 CMO가 개최하는 클하 방이 있는데 얘기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바로 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나에겐 초대장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가 알려준 또 다른 방법으로 초고속 가입에 성공!


*클럽 하우스 초대장 없이 가입하는 꿀팁

일단 가입을 하면 된다. 가입을 하면 waitlist에 이름이 올려지고,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내 인싸 친구들에게 알람이 간다. (연락처 기반) 그 알람을 받은 친구들이 나를 승인하면 정상적으로 가입이 된다. 단, 수락해준 친구의 이름은 나의 프로필 하단에 새겨지니 당신이 누군가를 'let them in' 할 때에는 신중할 것. (Nominated by 000로 기재된다. 이 때문에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 수락해서 난처해진 경우도 몇 봤다.)


가입을 하고서는 싸이월드 파도타기를 하듯 지인들이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동종업계 종사자, 셀러브리티, 유명한 책의 저자 등. 이때까지만 해도 소위 네임드 유저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방제를 보아도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방이 없었다. 시끌벅적하고 호화로운 파티장에 혼자 잠옷을 입고 뚝 떨어진 느낌. 마치 세상이 나를 따돌리는 듯한 묘한 소외감이 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 이런 걸까?


바이오를 여러 번 수정했다. 어떤 소개말을 적어두는 게 좋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실명제라는 규칙, 그리고 대부분 본인의 커리어를 적어두는 풍습(?)을 따라 일단 '지극히 사회적인 나의 프로필'을 적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소속도 착실하게 적어두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어서.. 라기보다는 나를 궁금해해 줄 사람들을 찾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SNS를 즐기는 인간이란 역시 관종이지



Day2. 낯가림, 혹은 거부감

클하를 캡처해서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주변에서 카톡이 왔다. 그거 뭐야? 재밌다며? 혹시 초대장 있어? 모두에게 친절하게 꿀팁을 알려주고 틈틈이 방제를 훑었다. 몇 개의 방을 들락날락했지만 정붙이기는 실패. 앱을 껐는데도 수시로 뜨는 알람이 부담스러워 알람 빈도를 조정했다. 그쯤 점차 가입하는 주변인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클럽 하우스 얘기를 했다. 그거 어때? 그냥 좀, 불편해. 첫날 우연히 들어갔던 방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었다. 동경하던 사람을 클럽하우스에서 만나는 건 처음에는 행운 같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tmi를 동반한다는 걸 느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달까. 필터링 없는 라이브, 날 것의 음성이 주는 불편함은 분명히 존재했다.


얼마나 갈까? 글쎄. 이러다 곧 지우지 않을까.

그렇게 두 번째 날이 흘렀다.



Day3. 끼어드니까, 이게 또 재미있네

많은 주변인들이 클하에 가입했다. 타임라인에 뜨는 대부분의 방에 지인들의 이름이 하나 둘 껴있었다. 3일 차, 하루 종일 눈팅을 해보니 방의 주제가 정말 다양했다. 지금까지 본 방의 주제를 대략 카테고라이징 하면 다음과 같다.


- 전문적인 지식이나 업계 노하우 혹은 고민을 나누는 방 (주식, K-POP, 디자인, IT, 뷰티 등)

- ASMR 방 (조용히 일하는 방, 말하지 않는 퇴근길 방)

- 유머/게임 기반의 방 (성대모사, 노래 맞추기 방)

- 셀러브리티 방 (노홍철 님 방, 딘딘 님 방, 우연히 열린 팬텀 싱어 박현수 님, 황건하 님 방 등)

- 재능기부 방 (사주 풀이, 삼행시, 그림 그려주는 방 등)

- 학연 지연 기타 친목 방 (학교 모임, 기업 모임, 인스타 인플루언서 모임, 유튜버 모임..)

- 클럽하우스 논의 방 (클럽하우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클럽하우스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클럽하우스의 라이징 셀럽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등)


주제가 다양해지고 사람이 늘어나니 어느 방에 들어가도 재미가 있었다.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 헤매던 시간을 쪼개고 쪼개 더 많은 방을 탐험하는 데에 썼다. 반나절을 리스너로 보내다 그 날 저녁, 우연히 지인의 초대를 받고 한 방에 들어갔다. 주제는 '과자 취향', 참여자는 7명이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과자 하나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재미있었다. 꼬북칩, 홈런볼, 스윙칩.. 쏟아지는 과자들의 향연에 나도 모르게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고, 모더레이터인 지인이 나를 스피커로 올려주었다. 내 첫마디는 대충 이랬다.


"사실 홈런볼은 야구장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거든요.."


내가 이렇게나 과자에 진심이었던가? 나는 나조차 몰랐던 나의 사소한 취향을 사람들 앞에서 종알종알 읊기 시작했다. 조곤조곤, 때로는 나와 반대되는 취향의 누군가에 반박도 해가면서.



Day4. 어쩌면 모두가 목말랐을 'the next'

사무실에서도, 회사 엘리베이터에서도, 카페에서도 클럽 하우스 얘기를 했다. 점심시간 클하에 접속해보니 지인들이 온라인 상태로 이런저런 방을 들락거리는 게 보였다. 너 클하 안 들어와? 그 언젠가의 버디버디, 네이트온처럼. 나는 친구에게 굳이 '왜 클하에 접속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카톡으로도, 인스타 디엠으로도 할 수 있는 말들을 클하에 비공개 룸을 열어 음성으로 조잘댔다. (물론 99.9%는 쓸데없는 말이었다.)


퇴근길에도 클하 방을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끔은 마스크 속에서 조용히 동조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홈트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는 어제의 그 방에 다시 들어가 사람들과 '아이폰 케이스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오고 가는 사람들 덕에 자꾸자꾸 가지를 쳤다.


사회에 쩔어버린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도 피곤한 일이었는데. 편안한 잠옷을 입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 듣는 낯선 목소리들이 희한하게도.. 꽤 괜찮았다. 듣다가 별로면 가볍게 Leave quietly를 누르면 되고, 그러다 운 좋게 마음이 맞는 주제를 만나면 몇 시간 죽치고 있어도 되니까. 때로는 오랜만에 보는 이름들을 보면서 저 사람 잘 살고 있었구나 하는 감상에 젖기도 하고. 그렇게 나흘째를 보냈다. 어쩌면 클럽 하우스는 우리 모두가 기다렸을 그 다음의 SNS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Day5.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일까

인스타 공개 계정에 클럽 하우스 관련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댓글과 디엠이 쏟아졌다. '혹시 초대장 좀 보내 주실 수 있나요?' 보낼 초대장도 없었지만, 그 메시지를 직접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과연 나와 모두의 이 열정은 언제까지 갈까. 그리고 이 플랫폼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렇게 문득 꿈에서 깬 듯 정신을 차려보면서..



@angiethink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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