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고전들을 선보입니다
글을 적으려 자판 위에 손가락은 얹은 것은 꽤 오랜만입니다. 오늘의 게시글은 제 브런치스토리의 새로운 매거진을 소개하는 글이 될 겁니다. 제 앞선 글을 읽고 넘어오신 분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새 매거진에 남기는 첫 글이니만큼 한 차례 더 저를 소개합니다.
최근 직장을 옮겼지만 하는 일은 여전합니다. 카페에서 종일 커피를 내리고 계산하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신 작업을 하는 문신사이며 대외적으로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고요.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는 수집가로서 남기는 기록들을 올립니다.
나름대로 따스한 구어체로 적어보려 해도 딱딱한 글의 어조는 오래된 습관이라 쉽지 않네요. 평소 주변인들에게 움직이는 기계 같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합니다. 일상의 할 일들을 직접 정하고 정해진 일들을 수행해 나가는 하루를 디폴트, 곧 기본 값으로 여기는 사람이기에 부정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강박적인 통제 성향이라고 할까요. 오랜 기간 달고 사는 강박증 탓에 무엇이든 가볍게 내뱉지 않는 제가 어릴 적부터 꾸준히 애정을 표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쌉싸름한 차 음료라던가, 창고를 굴러 다니는 단종된 카메라, 오직 하나의 음반만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 같은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에게 무얼 좋아하냐고 물을 때면 이 모든 물건들의 이름은 정의되지 못한 채 날아가고 부모님은 입을 열지 못하는 저를 대신해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아이'로 소개해주시곤 하셨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맞는 표현인 것 같았죠. 유행 철 지난 것들을,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아이. 근데 철 지나고 오래되고도 찾게 되는 것들은 고전이라면서요?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저라고 새로운 것을 즐기지 않거나 모든 옛 것들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생긴 '나는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는 걸까?' 하는 질문에 늘 그렇듯 고전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방식인 '백과사전을 펼쳐 찾기'가 아닌 '온라인 사전에서 검색하기'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흔히들 사용하는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명사 '고전(古典)'은 '옛 고'와 '법 전'을 사용하는 한자어로 문자 그대로를 풀이하면 옛 법이라는 뜻이겠지만, 두 번째 문단에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으로 뜻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 '널리'란 표현은 끝없이 주관적일 수 있는 표현이지요. 저는 첫 번째 뜻풀이보다는 좀 더 유연한 두 번째 뜻풀이를 제 취향 '고전'에게 입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래된'이란 표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널리 읽히거나 모범이 될 만한'이라는 표현을 취한 거죠.
저만의 사전을 제작한다면 고전이라는 단어는 이 풀이를 갖게 될 겁니다.
널리 읽히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거나 모범이 되어 한 분야의 가이드 또는 지침, 안내서가 되는 문화.
이 브런치스토리는 '수집'하는 저의 기록들을 보관하고 공유하는 전시관입니다. 고로 전시관의 형태를 그대로 묘사해 매거진의 이름을 지을 수 있었지만 각 매거진이 다루는 주제 별로 어울리는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첫 매거진 <첫 만남을 수집합니다>는 어떤 물건이나 문화 혹은 사람과의 첫 만남을 다루기에 제목으로 인사말 같은 어체를 사용했듯이요.
고전을 소개하는 것에 어울릴 단어를 고민하다 파리의 만국 박람회가 떠올랐습니다. 박람회라는 단어는 참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느낌을 주죠. 그러나 박람회는 여러 물품을 진열해 선전하고 우열을 가리는 심사를 하는 자리라는 통상적,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기에 언뜻 유사한 대체어를 찾아야 했습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전람회'라는 명칭을 처음 떠올리곤 너무 고전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참 우습지 않나요? 고전들을 소개하는 글의 제목을 짓는데 그 제목이 지나치게 고전적이라 보류한다니 말예요. 고전을 진열하여 글로 옮기기에 고전적인 단어 '전람회'를 사용합니다.
이 매거진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이미 고전이거나 고전이 될, 혹은 특정 이들에게만 고전일 수도 있는, 수집된 작품들을 나름의 선별 기준을 거쳐 선보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세상과 필자의 상태, 상황이 변함에 따라 유동적으로 함께 변합니다. 통용되는 고전이라는 문화에 개인적, 주관적 고전 입맛을 더해 선정된 수집작들을 엮어 발행하겠습니다.
앞으로 발행될 제 어떤 글보다도 많은 의견 나눔이 생겼으면 하는 매거진입니다. 아무래도 고전은 한 시대 문화의 큰 상징일 테니까요. 발행된 글 아래의 댓글 외 방식으로도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