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시간이 뭐예요? (1/6)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by Daddy Essay Whisky

"아빠, 시간이 뭐예요?"

어린이집 하원길이었다. 불쑥 들어온 아들의 질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들이 이해할 만한 몸짓과 쉬운 말로 대충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도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래 이 참에 공부를 좀 해보고 설명해줘야겠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책을 펼친 지 벌써 2년 째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시간은 어렵다. 게다가 나도 잘 모르는 것을,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류 역사에서 아직 그 누구도 시간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시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못했다"라고 말한 것은 시간이 탐구의 대상으로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에, 나에게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란 것은 우리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가장 갈망하고, 가장 붙잡고 싶은 존재이다. 또,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만물에 영향을 끼치는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시간을 첫 주제로 다루는 것은 가장 일반적이지만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시작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 시간의 인식

인간은 언제부터 '시간'을 인식하게 되었을까? 아마 처음은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면서부터일 것이다. 해가 뜨고, 또 지면 달과 별이 뜨는 자연현상을 접하면서 '변화'를 인식하게 되었고,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그 흐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노화로 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흐름이라는 것은 강렬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의 시간에 대한 인식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농경을 시작하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삶에서 일구어나가는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 농사를 하려면 날씨를 잘 알아야 하는데, 날씨를 잘 알기 위해 하늘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언제 해가 뜨는지, 언제 해가 지는지, 날씨는 언제 덥고 추운지, 언제 비가 많이 오는지 등등. 이런 기록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날씨의 '주기'가 완성되고, 그 '주기'를 바탕으로 시간의 초기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주기'를 알고 있는 자는 집단의 지도자가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범람 주기를 파악한 자가 지도자가 되고 이는 파라오의 시초가 된 것처럼, 시간의 통제권을 갖는 자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 인류사의 불문율이 시작된다.


고대 인류는 시간을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인식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신성한 강 오케아노스(Oceanos)'라 생각했다. 오케아노스는 고대의 우주관에서 별들 위에 위치하여 우주를 감싸고 있으며 우주의 흐름을 만드는 생명이다. 인간이 주기를 알게 되면서 시간은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거역할 수 없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벗어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이 거대한 존재는 여러 신화에서 '신'으로 묘사된다.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크로노스(Cronos)'라고 불렀고, 이후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Kronos'와 동일한 존재로 여겼다. '크로노스 Kronos'는 태초의 대지인 '가이아'와 가이아에 의해 탄생한 '우라노스'가 결합하여 낳은 티탄 중 하나이다.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를 거대한 힘으로 누르고 있던 우라노스에게 반기를 들고, 가이아의 자궁에 숨어서 우라노스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어머니에게 받은 '낫'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내어 하늘 저 멀리로 물러나게 한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만물이 생성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티탄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된다. 이는 세상에 시간이 등장을 의미함과 동시에, 시간은 만물의 저변에서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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