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2) 중세 철학에서의 시간 - '의식의 시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을 '수'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하지만 시간은 단순히 물리적 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에 관여한다. 그래서 시간은 '의식'의 영역에서도 고찰이 필요해졌다. 플로티노스(Plotinos, 204~270)는 신 플라톤주의를 발흥시킨 철학자로 플라톤의 이데아 론을 발전시켜 절대적인 존재 '일자(一者)'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이 '일자'의 개념은 플라톤 철학과 그리스도교를 잇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철학이 기독교 사상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의미가 된다. 그는 '일자(一者)'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추구하였기에, 자연스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과 운동'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였고, '영원'을 시간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중시하면서 시간의 파악을 내재적인 문제로 간주했다.
이후 시간을 보는 관점은 두 개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시간을 운동으로 파악하는 자연과학적 시간론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으로 시간을 파악하는 철학적 시간론이다. 어느 하나가 우세한 것이 아니라 파악하는 주체와 상황에 따라 관점은 달라지게 된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면서 로마에서 그리스도교가 종교로 인정되고,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흔히 말하는 '중세' 시대가 시작된다. 중세의 유럽은 종교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할 시기이기에 철학 역시 그리스도교와 접합하여 '신'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을 정립하는 데 근거로 활용된다. 종교는 모든 것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시간' 역시 그 대상이 된다. 중세 유럽의 마을 보면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교회에는 첨탑이 있고, 그 꼭대기에는 종이 달려있다. 교회는 종을 울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준다. 일어날 시간, 기도할 시간, 밥 먹을 시간, 일할 시간, 잠잘 시간 등. 모든 시간은 종소리가 알려주며 사람들은 그 종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시간을 통제하는 자가 권력을 갖는 법칙은 중세에서도 적용되었다.
중세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는 플로티노스의 사상을 이어받아 의식으로 시간을 파악하는 철학적 시간론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교의를 수립하기 위해 시간조차도 신의 창조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플라톤의 창조이론과 플로티노스의 의식으로서의 시간론을 종합하여 그리스도교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철학적 사상, 즉 신플라톤 주의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려 했다. 막연하게 '신'이 있고 그 신이 세상을 그냥 창조한 것이 아니라, 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세상이 창조된 이유를 철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명하려 했다.
시간에 대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은 오직 의식, 영혼을 통해서만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천체의 규칙적 운동은 시간의 길이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 시간을 파악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어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을 행하는 순간, 즉 현재의 연속이며 현재의 기억과 현재, 그리고 현재의 기대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시간을 질적인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으로 '주관적 시간론'이라고 한다. 이후 그의 사상은 중세 철학 천년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 시간론은 심각한 한계가 있었는데, 바로 자연을 연구하는 데에는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세가 저물고, 르네상스가 일어나면서 사상의 기조는 신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 전환되고, 시간에 대한 관점도 의식으로 측정하는 시간이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기준이 될 시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