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5) 현대 철학에서의 시간 - 베르그송, '지속과 직관'
시간의 본질 보다는 인간의 의식에 몰두했던 근대와 달리 현대 철학에서는 시간의 문제가 철학의 핵심적 주제로 등장한다. 프랑스의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지속과 직관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을 강조하면서, '지속은 시간의 본성이고, 직관은 시간의 본성을 인식하는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베르그송에게 있어 시간은 '흘러가는 실재 시간'을 말한다. 과학적 측정으로 파악되는 시간은 동질적이고 무한 반복적이며 분할 가능하지만, 실재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분할할 수가 없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운동 자체가 아니라 운동의 어느 특정한 지점들을 뽑아서 비교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실재하는 운동 자체가 아니라 운동의 궤적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특정한 지점이라는 것은 그 순간의 '정지 상태'이고, 이 정지 상태는 운동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므로 운동만이 진정한 실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베르그송의 주장은 기존의 전통 형이상학(Meta-Physics)을 크게 뒤집는 것이었다. 전통 형이상학에서 진정한 존재는 자체로 완벽함을 의미한다. 원래 완벽했기 때문에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존재다. 즉 존재라는 것은 '무(無)'가 없어야 한다. '무(無)'가 있다는 것은 생성되고, 변화하고, 운동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진정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존재의 핵심을 정지에서 운동으로 전환시킨다. 이 '운동'의 속성은 지속인데, 베르그송이 말하는 지속은 '자기 동일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 인물이듯이 동일성을 잃지 않고 운동하는 존재를 진정한 실재라고 말하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우리의 의식은 과학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관으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과학적 시간과 체험적 시간으로 구분하였다. 과학적 시간은 측정할 수 있지만, 흐름이 없는 '지금' 중심의 시간이다. 반면, 체험적 시간은 의식이 지속되는 바로 그 자체를 말한다. 지속이기에 끊어서 파악할 수 없고 오직 직관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베르그송은 시간을 통해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후대의 철학자는 물론 과학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6) 현대 과학에서의 시간 - 볼츠만과 아인슈타인, '엔트로피와 상대성 이론'
당시의 과학은 철옹성 같던 뉴턴의 '절대 시간' 개념이 공격을 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은 뉴턴의 법칙이 시간이 앞으로 가건 뒤로 가건 상관없이 항상 성립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엔트로피의 증가 법칙을 통하여 상태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절대 시간' 속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오류를 발견했다.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라는 것은 흔히 '열역학 제2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엔트로피(entropy, 물질의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는 자연적인 변화 과정이 무질서해질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탁자 위의 화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화분의 엔트로피는 매우 안정적인 상태이다. 그러나 이 화분을 떨어뜨리면 바닥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날 것이고 깨진 화분조각은 여기저기 흩어지고 물은 사방으로 튀게 될 것이다. 이 깨진 상태의 엔트로피는 탁자 위에 있을 때보다 크다. 이 깨진 화분 조각과 흩어진 물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있을까? 정답은 불가능하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은 흐르며 역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의 화살' 개념이 여기서 등장하게 된다. 뉴턴에게 큰 상처를 남긴 볼츠만은 자신의 묘비에도 이 엔트로피 방정식을 적어 두었다.
그 다음으로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고전 물리학에서 '시간'으로 통일되어 있던 기준을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spacetime)'으로 바꾸고, '절대적'이었던 시간을 '상대적'으로 바꾸었다. 즉,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명의 관측자에게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일반상대성 이론'과 '특수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성'을 강조했다. '특수 상대성이론'을 중력이 작용하는 상황에까지 확장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므로 공간이 어디인가에 따라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도 입증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일행이 중력이 강한 별에 몇 시간 들렀다가 궤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선으로 돌아왔을 때, 모선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동료는 몇십 년이 흐른 후 백발과 주름 가득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중력의 작용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즉,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물질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