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은 모두 온전하다.

떼제 4일

by 신지명

밤을 지내는 것은 점점 더 수월해졌다. 날이 조금씩 풀리는 것인지 내 몸이 이곳에 적응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서 느낀 불편감도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다. 그저 들판이었던 땅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갖가지 생명의 삶이 보이는 것처럼 이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도 각자의 삶에선 상상도 못 할 슬픔을 이기고 여기에 왔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던 이도 있지 않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을 속단하는 것은 잘못이었다. 사실, 내가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죄스러워 그들까지 싸잡아 불편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런 것이 간밤에 우리 아이들 꿈을 꾸었다. 덕분에 주책 맞게도 아침 기도 내내 눈물과 콧물을 삼켜야만 했다.

오늘은 조금 더 먼 곳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들판과 나무, 오래된 벽돌집과 마당 가득 핀 꽃들은 너무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햇빛이 닿는 모든 곳이 반짝거렸고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있었다. 자연의 치유력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었다. 대단한 것이 없는데도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저 저마다 제 서 있을 자리에 서 있고 제 몫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전부일뿐이었다. 어쩌면 더할 나위 없는 그 '온전함', 그것이 위로의 힘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모습이 끊임없이 존재에 불안을 느끼고 불완전함에 제 목을 조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내려놓도록 다독거려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것은 그것 자체로 제 몫을 다 한 것이라고,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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