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기가 무섭게 글을 거의 안 썼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듣고 나니 글을 쓰는 게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아무렇게나 쏟아내곤 했었는데, 요즘엔 뭔가 할 얘기가 있어도 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때 잘 써야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러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

그것은 어깨를 으쓱, 기분을 우쭐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나로 하여금 한편으로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그냥 나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나는 정말 글을 잘 쓰는 걸까. 책을 쓸만한 수준일까.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냥 사람들이 나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면, 그냥 그 착각에 머무르게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니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잘 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만 남아서 사은품만 가득 담긴, 정작 본품을 빼놓고 배달된 택배 상자를 받아 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뭐라도 쓰니 갑갑함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나는 글쓰기를 잘하는지는 몰라도 좋아하긴 좋아하는 것 같다.

언젠가 좋아하는 걸 잘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시간아 흘러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