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너를 껴안으며, 내일의 우리를 꿈꾸며
딸.
현장체험 학습을 다녀온 너는
오늘은 함께 가지 못한 친구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며
친구 집으로 향했지.
그런 너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순간, 서운한 마음이 스쳤어.
‘이제는 친구가 우선이구나’ 싶은 마음에 괜히 씁쓸했지만,
곧바로 엄마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어.
그때의 엄마도 늘 친구들과 붙어 다니고,
엄마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래, 너도 지금 네 나이답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딸.
엄마가 오십이라는 시간을 살아보니
돌아보면 가장 빛나고 눈부셨던 시절은 네 나이 때였던 것 같아.
십 대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
열아홉만 넘으면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지.
이십 대가 되면 세상이 다 내 것이 될 것 같았고,
삼십 대가 되면 안정된 가정과 일터가 기다릴 줄 알았어.
사십 대는 또 다른 성취를 바랐지만,
막상 사십의 끝자락에 서니 다가오는 오십이 두렵더라.
만약 누군가 엄마에게 묻는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으세요?”라고 말이야.
엄마는 잠시 고민할 거야.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밤새도록 수다 떨던 기억을 생각하면 다시 가고 싶기도 하지만,
또 할아버지의 폭력과 아픔을 떠올리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마음속 가장 따뜻했던 시절은 네 나이, 십 대였단다.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이 즐겁고,
꿈은 아직 선명하지 않아도
내일이 두렵지 않았던 그때 말이야.
딸.
지금 너의 하루하루는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야.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래서 더 귀한 거야.
이 순간을 억지로 잘 살아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
다만 웃고, 울고, 친구와 다투고, 다시 화해하면서
네 마음이 느끼는 그대로 살아내면 돼.
그 자체가 네 삶의 빛나는 기록이 될 테니까.
그러니 후회 없는 하루를 살아가길 바란다.
너의 꿈을 향해 가는 길에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
엄마는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어떤 모양의 내일을 만들어가든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엄마도 이제는 다짐해.
너의 하루를 바라보며
엄마 역시 지금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후회는 없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오늘을 만들고 싶어.
그러니 우리 둘 다,
시간이 지나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보며
“그때 정말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지.”
라고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딸.
머지않은 미래에,
네 꿈을 이룬 너와 엄마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늘을 다시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그때의 우리가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구나.”
사랑하는 딸.
우리는 할 수 있어.
언제나 네 편인 엄마가,
오늘도 내일도, 늘 함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