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
딸.
지난주 후반부터 들뜬 너의 모습을 보니까 엄마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라.
현장 체험학습을 2박 3일로 간다고,
친구들과 공연 준비도 한다고,
주말과 방과 후 시간을 친구들과 모여 연습하는 게 즐거운지,
“엄마! 오늘은 댄스 연습 3시간 하고 운동까지 하고 오니까 힘드네.” 하면서
은근히 ‘나 칭찬해 줘’라고 엄마를 콕 찌르는 너의 모습.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며
순간 엄마 학창 시절이 떠올랐어.
딸.
오늘은 엄마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될까?
엄마에게도 너처럼 가슴 설레던 여행이 있었단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거야.
그때는 지금처럼 현장 체험학습은 없었고,
봄·가을 소풍, 운동회, 그리고 수학여행이 있었어.
멀리 떠나는 여행은 수학여행뿐이었지.
대부분 학교들이 경주로 갔는데,
시골에서 나고 자란 엄마에게 그건 큰 세상이었어.
처음 집을 떠나는 시간이어서 좋았고,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 좋았어.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사실 이건 비밀인데^^
무언가 섞인 음료를 버스 뒷좌석에서
선생님 몰래 마셨던 기억이 있어.
괜히 큰일을 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졌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경주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
학교마다 줄지어선 버스들,
끝없이 이어진 숙소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손짓하는 듯한 풍경.
타학교 학생들은 멋지게 꾸미고 와서 주눅도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도 무리 지어 다니며 괜히 더 껄렁껄렁한 폼을 잡았지.
딸.
이 이야기를 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영원히 이십 대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오십 대가 된 지금이 슬퍼서일까?
아니면 그때의 순수했던 내가 지금은 지쳐 잊힌 게 안타까워서일까?
그날의 추억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너의 모습을 보며 엄마의 추억 한 갈피가 다시 열렸어.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엄마는 행복해.
딸.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지금의 순간을
너도 마음껏 즐기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
현장 체험학습 잘 다녀오렴.
그리고 어젯밤, 네가
“엄마, 내가 체험학습가 있는 동안 엄마는 내가 보고 싶어서 어쩌지?”
라고 했던 말처럼,
엄마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그렇지만 괜찮아.
엄마도 오랜만에 엄마의 시간을 즐겨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