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함에 익숙해지지 말자
딸.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딸이라는 걸 알고
엄마는 너와 친구 같은 사이가 되고 싶었어.
평소 엄마는 말투가 사무적이다, 여군 같다, 도도하다 등
엄마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생각해 보면 너와 친구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화의 방법, 쿠션어를 사용하는 방법 등
나름 너와의 만남과 삶을 웃음 가득하고, 대화가 많고,
함께 여행도 하고, 키가 비슷해지면 옷 입겠다 다투기도 하는,
그런 엄마와 딸이 되길 바랐어.
그런데,
초등학생 때까지는 분명 우리는 그런 사이였는데,
여중생이 된 너와
갱년기가 된 엄마는
하루가 멀다 않고 부딪히고 있는 것 같아.
엄마는 그동안
네 입장을 생각하고, 잔소리도 하지 않고,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친구 같은 엄마’라고 스스로 믿었어.
네가 네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다르다. 공부 강요도 잔소리도 안 하고 나한테 친구 같다”
라고 자주 말했다고 해서
엄마는 진짜 잘하고 있다고 착각했어.
그런데 어제 아침,
엄마는 또 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
바쁜 아침,
누리 패드도 갈아주고, 주방 정리도 하고,
하필 그 시간에 벽 누수 수리업체까지 와서 집은 어질러지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못 견디는 엄마의 성격이 폭발했지.
결국 너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렸어.
네 마음은 어땠을까?
“왜 또 나한테 화를 내지?” 하고 억울했을 거야.
그런데 그 마음조차 꾹꾹 눌러 담은 채 말없이 엄마를 바라보았던 네 표정이 떠올라서
엄마는 더 미안했어.
어제 하루 종일 시무룩한 네 얼굴이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오늘은 생각해 봤어.
너와 나, 딸과 엄마 그동안 괜찮았던 게 아니라
네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정체성과 자립성이 생기지 않았던 거였구나.
이제야 부딪힘이 시작된 거구나.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엄마가 배워야 할 때구나.
네 말을 들어주는 법,
네 마음을 공감하는 법,
진짜 대화하는 법을.
엄마는 왜 이렇게 감정이 서툴고,
공감 능력도 부족해
사람들과 관계를 힘들게 만들어왔을까.
어릴 적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너에게만큼은 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는데.
딸.
오늘은 사춘기 중학생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봤어.
아이가 말할 때 듣는 비중을 높여라
공감의 언어를 먼저 꺼내라
간섭보다 호기심의 단어를 사용하라
짧고 쿨하게 대화하라
딸의 세계를 존중하라
감정싸움은 피하라
칭찬은 구체적으로 하라
라고 하더라 ^^
딸.
이렇게 하면 우리, 덜 부딪히게 될까? 아니면
엄마가 아직 모르는 네 바람은 또 뭘까?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데,
가족이라는 가까움 안에서 그 소중함을 잊고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아빠가 아파서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던 그때,
6년간 떨어져 지내며 보고 싶어 눈물 흘렸던 그때,
그 간절함을 우리 잊지 말자.
완벽한 엄마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너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엄마는 되고 싶어.
다이아몬드가 부딪힐 때 더 빛을 내듯이,
우리의 다툼조차 결국 서로를 비추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