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처음 만져본 날
처음의 두려움을 이겨내라
나는 벌레가 싫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애들보다 유난히 더 싫어했다.
책에 벌레 사진이라도 나오면 덮어버렸다.
그런데 아빠가 되니 상황이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벌레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 HJ는 어느 날 부턴가 곤충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거기까지는 해볼 만했다. 이제 어른이니깐.
하지만 오늘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 날이었다.
매미를 잡아달라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온몸에 쭈글쭈글하게 거친 무늬가 가득한 커다란 매미.
거기다 잡았을 때 그 거칠거칠할 감촉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며칠을 못 잡는다고 뻐팅기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찌하다 보니 같이 매미 잡으러 나가게 됐다.
솔직히 매미를 못 찾기를 바랬는데 웬걸, 나무마다 매미가 붙어있다. 그것도 잠자리채 사정권 안에.
몇 번 허탕질을 해봤는데 실망하는 아이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서 드디어 한 마리를 낚아챘다.
중요한 것은 곤충채집통 안에 넣는 것. 이제부터가 진짜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그러나 역시 머뭇거리게 되었다.
매미가 온 힘을 다해 잠자리채 안에서 파닥거린다. 우렁찬 소리를 지르면서.
무서운 마음에 HJ에게 '매미가 잡혀서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그냥 놔줄까?' 하고 물어봤다.
예상은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꼭 곤충채집통 안에 넣어달라는 주문.
결국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잠자리채 안에 있는 매미에게 손을 뻗었다.
손끝으로 날개를 살짝 잡았는데 매미는 엄청 힘을 발휘하며 온몸을 다해 뿌리쳤다.
매미가 그렇게 힘이 쎈지 몰랐다.
한발 후퇴한 후 다시 매미가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옆에서는 HJ가 나와 매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아빠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의 눈초리처럼 느껴졌다.
속으로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마지막에는 약간 흥분상태까지 되어 엔도르핀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 상태로 매미를 바라본 후 거침없이 손으로 두 날개를 잡았다.
엄청난 진동을 느꼈지만 이왕 잡은 거 얼른 곤충채집통 안으로 쏙 밀어 넣었다.
온몸에 희열이 솟구치며 자랑스럽게 나를 보는 HJ의 눈빛을 느꼈다.
그 후에는 거침없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닥치는 대로 잡아대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매미가 귀엽다'를 세뇌시키면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맞이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리고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닥쳐왔을 때
두려움과 함께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이 상황을 헤쳐나갈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용기가 그냥 나오나. 아마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하나님을 믿으므로 기도를 하게 된다.
도와달라고. 내 힘으로는 할 수 없으므로 함께 하여 달라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시작한다.
결과는 잘 풀릴 때도 있고 그냥 무난히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잘 안 풀린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평안함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해볼 만하다는 것을.
똑같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역시 무섭고 힘이 들지 모르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다.
꼭 한번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 몸에 항체가 생기듯이.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업무를 맡았을 때 처음에는 힘이 들지만
한번 겪고 나면 다음에 다시 맡게 됐을 때 수월하게 할 수 있음을 안다.
그만큼 내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낄 것이다.
매미를 처음 만진 날. 나는 자랑스런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처음의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생기면 두 번째부터는 수월하다는 것을.
오늘도 기도한다. 내게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