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일탈 사이
우리 집은 방이 세 개다.
하나는 안방, 하나는 큰애방, 하나는 내방.
그러나 와이프는 내방을 둘째방이라 부른다.
둘째가 크면 가져갈 방이라면서.
이 방에서 나는 애들 재워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다.
연애영화, 학원폭력영화, 잔잔한 드라마 등등
닥치는 대로 본다.
영화를 보며 나는 희열과 함께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어제 본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영화를 봤을 때는 두 주먹 불끈 쥐게도 만들었다.
그러다 영화 끝나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거실벽에 붙어있는 둘째의 웃는 사진을 보며.
아, 나는 두 아이 아빠지.
우리 집에는 방문 한 개를 가운데 두고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한다.
현실과 일탈이라는.
방문이 닫힌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혼자만의 일탈을 가진다.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 않은가.
새벽에 울리는 키보드 자판 소리가 내 머리를 명쾌하게 만든다.
육아와 회사생활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하다.
둘째가 크면 이방을 뺏길 것 같다.
방 4개짜리로 이사 가고 싶다.
아직 이 집 대출금 반도 못 갚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