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할 걸 기대했어야지

by 박세환

한 손에 젤리주스를 손에 들고 온 딸 HL

누가 줬냐고 물으니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한다.

"친구 엄마가 먹으라고 줬어."


뚜껑 따달라는 말에 열어주니

입에 물고 쪽쪽 빨아댄다.

어찌나 맛있게 빨던지 한 모금 먹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TV 보면서 신나게 빨아대는 딸

옆에서 자꾸 쳐다보니 나를 쓱 쳐다본다.

뭔가 느꼈나 보다.


"아빠, 한 모금 줄까?"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냐, 우리 딸 많이 먹어."

어찌 내가 유치원생의 젤리주스를 뺏어먹겠는가.


잠시 후 다 먹었는지 빈팩을 내게 건네는 딸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무언의 신호다.

빈팩의 먹음직스러운 한라봉 사진을 보며 슬쩍 빨아보았다.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하지만 한 방울도 안 나온다.

제대로 빨아먹은 우리 딸

기대할 걸 기대했어야지.


쪽쪽 소리에 딸이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먹고 싶었어?"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저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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