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를 숨겨라

by 박세환

퇴근길 현관문 앞.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먹을 걸로 착각하면 어떡하지.

이건 그냥 약봉지인데.


비닐봉지 소리에 무섭게 반응하는 아이들.

특히 둘째는 팔짝 뛴다.

맛있는 거 사온줄 알고.


가방문을 열고 비닐봉지를 넣었다.

살다 살다 이제는 약봉지도 숨기고 들어가야 되다니.

그래도 아이들이 실망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현관문 앞에서 잠깐의 망설임.

발걸음을 돌려 동네 슈퍼로 향했다.

비닐봉지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우리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

아마 하나님일 것이다.

섬세하게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시고 어루만지신다.

그리고 우리가 기뻐하는 모습에 흐뭇해하실 것이다.

아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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