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리다. 기술기획

기술기획

by 박세환

연구소에는 개발 업무와 함께 중요한 업무가 있다. 바로 기술기획이다. 회사의 미래를 바라보며 3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필요한 기술을 기획한다. LG전자에서 기술기획 업무만 15년 이상 종사하신 K책임님을 만났다.


K책임님은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소자재료 분야를 연구하시다가, 기획 팀장님의 권유로 기술기획으로 전향하셨다. 일명 스카우트. 연구소 기획 업무에는 기술전략 업무를 맡는 기술기획과 연구소의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운영기획이 있다. K책임님은 연구원 출신의 이점을 살려 기술기획을 맡으셨다.


기술기획은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기술을 제안하고 찾는다. 과제 리더가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제안하면 함께 논의하고 검토한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그 기술이 회사에 필요한 기술인지 아니면 기술을 위한 기술인지 판가름 난다. 회의를 할수록 근거가 쌓이는 기술이 있고, 반대로 바닥이 드러나 아웃되는 기술도 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을 위한 기술보다는 사업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원한다.


기술을 선정할 때 보는 주요 항목이 있다. 일명 KPI와 QCD, 그리고 ROI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핵심성과지표로 이 기술을 개발할 때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보통 보고 받는 윗사람들은 지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량화를 원한다. 기술의 성능을 나타내는 스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성능을 정량화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여 상중하로 나타낸다.


QCD(Quality, Cost, Delivery)는 말 그대로 품질, 비용, 납기로 실제 양산 시 고려될 대상이다.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미리 양산성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우수해도 돈이 안된다면 회사에서는 안 만들 것이다. 돈과 관련돼서 중요한 지표가 ROI(Return of Investment)다. 투자수익률로 투자한 만큼 회수를 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이다. 연구소에서는 기술 과제를 제안할 때 이 지표들을 필수적으로 검토한다.


제안한 기술이 선정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 윗사람이 태클을 걸어도 명분이 타당하다면 밀어붙이는 것도 능력이다. 하지만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 번에 통과되기보다는 여러 번의 보고를 통해 과제가 승인된다. 승인된 과제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보고를 해야 한다. 보통 상반기의 전략보고와 하반기의 성과보고, 그리고 CEO가 직접 방문하는 4번의 현장경영 보고 등이 있다.


기획 업무는 성향이 중요하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회의를 주관해야 되기 때문에 MBTI에서 외향적인 E가 유리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향적인 K책임님이 차분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성향별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K책임님이 기획일을 처음 맡았을 때 멘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한다. 기획은 R&D연구원이 하지 않는 모든 일을 하는 거다. 자원운영에서 HR까지 해야 할 일이 엄청 많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을 즐길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싶은 사람은 기획이 적성에 맞을 것이다. 특히 리딩하고 싶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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