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기획, 세상을 품다.

by 박세환

대기업에서 단기간에 한 나라가 아닌 세계 곳곳을 누비는 부서가 있다. 바로 상품기획팀이다. 올해로 25년 차인 L책임님은 가장 많이 다닐 때는 1년에 10개 나라 이상, 100일 넘게 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상품기획은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있어도 현지화에 맞게 변형시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남미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세탁기의 투입구가 크다. 왜 그럴까. 그 지역은 이불빨래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옷보다 이불 사이즈가 크다 보니 투입구를 더 크게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제안했을까. 바로 상품기획이다.


이런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인들과 많은 교류를 한다. 현지 가정집 방문을 통해 현지 생활과 문화에 대해 연구해야 된다. 그들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포인트를 잡는다. L책임님은 세계 여러 곳을 담당하셨으며, 메인은 중동 지역 전문가시다. 사우디, 터키, 이란, 요르단, 나이지리아, 두바이, 알제리 등 많은 곳을 다니셨다.


영업, R&D, 공정 담당자들과 팀을 꾸려서 현지 출장을 다니셨다. 현지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만 찾아서는 안된다.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회사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지에서 빠르게 검토 후 가능성이 보이면 신제품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지 시장을 고려한 새로운 제품이 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순간이다.


상품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적성이 중요하다. 루틴을 따르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 의식이 강한 성격이 더 맞을 것이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사람. 아마 결과물에 대해 큰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낙심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언어도 중요하다. L책임님이 미국 전역의 에어컨 시장 조사 중 LA의 한인타운에 갔을 때, 순두부집 사장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고 한다. 한인타운에 있으니 영어 쓸 일이 없어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라고. 현지에 있어도 안 쓰면 잊어버린다. 평소에 녹슬지 않게 기름칠은 하고 있어야 된다.


L책임님께 출장 다니면서 재밌는 에피소드 없었냐고 물으니 웃으시면서 얘기해 주신다. 중동 지역은 손님 대접 문화가 있어서, 사우디에 갔을 때 하루에 식사를 7끼나 했다고 한다. 배가 불러도 예의상 먹느라 힘들었다고. 또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중동 갑부들의 생활 문화도 알려주셨다.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요즘은 기존처럼 출장을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잦은 단기 출장으로 몸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정보 수집 및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 시간도 우리나라 업무 시간과 맞추어서 아침 또는 오후 늦게 진행된다. 이로 인해 시차에 대한 피로감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L책임님이 상품기획 업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열방의 땅을 밟으며 기도한 거다. 교회를 다니시는 L책임님은 상품기획팀으로 오기 전에는 국내에서 열방을 향해 기도했는데, 이제는 직접 그 나라에서 땅밟기를 하며 기도할 수 있어 큰 감동이라고 하셨다.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싶으신 분은 상품기획 업무에 큰 관심 갖기를 바란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개인의 성취감도 높을 것이다. 특히 본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을 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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