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다르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나를 구원해 준 그곳에 간 첫날을 잊지 못한다.
분리 지도 되는 학생은 선생님 정도는 쉽게 패는 것 아니냐며 겁을 주는 남편을 무시하고 나는 살기 위해 집을 나섰다.
6년 동안 육아만 하느라 내면을 좀먹은 우울함이 ‘베란다 밖으로 떨어지면 끝이겠지’, ‘옷장에 목을 매면 숨이 금방 끊어질까.’하는 생각을 들게 해도 질병이라 자각하지 못했다.
뇌에 자리 잡은 병세가 악화되고 전전두엽이 더 이상 나와의 공생을 원하지 않게 되자 나는 아이에게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길로 집 근처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마음의 피폐함을 느끼며 의사 선생님 앞에 앉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병명은 우울증. 이대로는 나와 내 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개학 직전이라 내가 지원할만한 공고는 단 한 개였다. ‘분리학생 지도교사’ 고민할 것도 없이 지원서를 냈고 10년 만에 보는 면접을 기다렸다.
옷장에 있는 옷은 죄다 고무줄 바지 아니면 펑퍼짐한 원피스 따위였다.
‘첫 출근에 트레이닝복은 절대 안 돼’
작아져서 버리려고 접어 둔 청바지에 뱃살을 구겨 넣고 기다란 코트로 흉한 하체를 가렸다. 담당 선생님은 보조 교사들이 모여 있는 교실로 나를 안내하셨고 한 자리를 내어 주셨다. ‘분리되는 학생’은 어떤 아이들일까. TV에 나오는 악귀 든 사람처럼 욕을 해대고 물건을 던지고 선생님을 때리는 아이들과 마주하는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1학년 2반으로 가보라는 전화를 받고 덜덜 대는 마음을 다잡고 간 교실에는 악귀는 없었다. 그곳엔 오직 천사 같은 아이들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처음으로 지원이 들어온 학생은 자폐가 의심되는 아이였다. 아이의 부모는 검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교사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나의 임무는 티 나지 않게 그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분리 지도가 상시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단순 학습 지원이 들어오는 업무도 맡게 된 것이다. 영훈이는 수업 중간중간에 소리를 질렀고 친구들을 갑자기 만지는 일이 잦았다. 아이들은 그런 영훈이를 점점 다르게 인식했다. 영훈이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자폐아였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데 왜 영훈이 부모님은 검사를 안 하실까. 영훈이를 위해서라도 검사를 해야만 하는데. 정확한 진단이 영훈이를 잘못된 아이로 규정짓고 불행을 몰고 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리라.
표현에 인색하던 나는 영훈이를 볼 때마다 애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수줍게 내민 뭘 접은 지 모를 색종이나 새근대며 뒤에서 앉아주는 게 작은 아기 새 마냥 소중해서 지켜 주고만 싶었다.
구원은 빛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온도에 스미는 것이었다. 우울증으로 바삭해진 마음이 영훈이의 따스함에 말랑해질 수 있었다.
영훈이는 나에게 항상 영원의 미소를 보여준다. 그 미소는 자폐아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울게 한다.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어져 있던 내가 0도의 제자리로 돌아온다. 영훈이의 미소 덕분에.
1년 동안 영훈이와 함께 하면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너는 남들과 다르구나 영훈아. 나도 남들과 다른 게 있어. 선생님은 그림자 친구가 있어. 지금은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고 있지만 언젠간 손을 놓을 거야. 영훈아 너의 다름은 선생님의 다름과 달라. 너는 사랑이 가득해서 넘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너의 사랑은 나를 보듬어 주었어. 다르다는 건 나쁜 것이 아니야. 다르다는 건 나만의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거야. 네가 나에게 가르쳐 준거야.
고마워 영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