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멈출 수 있어요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여태껏 들어본 벨소리 중에 가장 긴박한 벨소리였다. 수화기를 드니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선생님! 5학년 7반인데 여기로 좀 와주세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5학년 7반 교실 앞에 당도하기도 전에 무서운 파열음이 들려왔다.
그것이 도하와의 첫 만남이었다.
도하는 의자랑 책상을 마구잡이로 던지고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그 장면을 촬영하고 계셨다.
살면서 처음 목도하는 광경에 괜히 이 일을 한다고 했나 후회가 밀려왔다.
담임 선생님은 떨고 계셨고 나도 떨렸다. 물건들이 날아가며 교실 바닥에 내쳐질 때마다 두려움이 켜켜이 쌓였다.
일단 말려야 한다. 다행히 체육시간이라 모두 운동장으로 나간 뒤라 다친 사람은 없었다.
“도하야!! 그만해. 진정해. 진정하고 선생님이랑 이야기 좀 하자.”
담임 선생님은 운동장에 나가 있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 건물 밖으로 나가시고 교실엔 나와 도하만이 남았다.
어느 정도 진정된 도하가 씩씩대며 의자에 앉자 나는 나뒹굴어 있는 의자를 집어 들고 도하 곁에 모로 앉았다.
“도하야. 무슨 일이야. 선생님은 너를 도와주려고 왔어. 무슨 일인지 말해봐. 선생님이 도하가 말할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릴게.”
거친 숨만 몰아쉬는 도하의 등을 토닥이며 가만히 기다려 줬다. 사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내색하면 도하에게 나는 불신으로 각인될 것이니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엄마, 아빠가 잘 생겼다잖아요...”
한참 뒤에 내뱉은 도하의 말은 내 청력이 정상인가 의심하게 만들었다.
도하는 상담 때문에 학교에 왔던 부모님을 담임선생님이 잘 생겼다고 말하자 폭발한 것이다.
“도하야 화가 날 때 참을 수가 없니?”
“네..”
“너도 이렇게 물건을 던지면서 화를 내고 나면 죄책감이 들잖아.”
도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조절장애 같았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화를 그 아이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후회하고 있었다.
무연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도하의 얼굴은 너무나 순해 보였다. 악이란 무엇일까.
방금 전까지 물건을 던져대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다름은 분명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유전적인 장애라고 여기면 괜스레 태어날 때부터 오류가 난 인생이라 규정짓는 것 같아 아이한테 점직하였다. 환경적 요인으로 보자니 일면식도 없는 부모를 탓하는 것 같아 그것 또한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폭력적이고 이유는 불분명이다.
종이 울리고 반 아이들이 몰려오자 도하는 나에게 애들이 오니 가라고 말했다. 부끄러움을 느낄 마음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최악은 아닌 듯했다.
내 자리로 돌아오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도하가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하던 가요?]
사실대로 말해 드렸다. 담임선생님은 잘 지내다 가도 갑자기 폭발하는 도하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라 답답해하셨다. 본인한테는 좀처럼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고. 선생님의 묵직한 체기가 나한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두 번째 시작종이 울리자 메아리처럼 전화벨도 다시 울렸다.
“선생님... 5학년 7반인데요. 다시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도하가 이동수업을 거부하고 교실에 남겠다고 버틴다는 이유였다. 다시 단 둘이 교실에 남게 되었고 도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희 담임선생님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다 알고 물어보는 눈치였다.
도하가 부모님 이야기를 해서 화났다고 말씀드렸다고 하니 또다시 그 얼굴이 나왔다. 의자를 던질 때의 얼굴.
“아!!!! 그걸 왜 말했냐고요!!!!! 이유를 몰라야 답답해하잖아요!!!”
그 아이는 담임선생님의 감정을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짜증 나는 선생님을 답답하게 만들면서 복수를 행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노와 불평으로 응집된 도하의 몸은 너무나 작아 보였다. 그 못된 기운들이 아이를 갈아내 없애 버릴 것처럼.
“도하야. 앉아.”
최대한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음으로 무겁게 말했다. 신기하게도 펄펄 뛰던 애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씩씩대지만 말이다.
“도하야. 선생님이 담임선생님께 너의 이야기를 전한 건 정말 미안해. 그건 선생님이 잘못했어. 미안해. 앞으로 선생님이 너와 나눈 이야기는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게.”
가만히 듣던 도하가 다시 잠잠해졌다. 이동 수업을 간 친구들이 돌아오자 도하는 이렇게 말했다.
“애들이 보니까 가세요...”
리플레이다.
점점 5학년 7반으로 출동하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고 나는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도하는 ‘발로란트’라는 게임과 ‘아이브’를 좋아한다.
“게임 뭐 좋아해?”라고 묻는 나에게 신나서 ‘발로란트’를 설명해 줘 알게 되었지만 ‘아이브’는 책상에 놓인 굿즈를 보고 알았다.
“너 아이브 좋아해?? 이거 아이브 멤버 이름 아니야??”
“아닌대요. 이거 다른 애꺼인대요.”
거짓말.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이럴 땐 영락없는 애다.
정문, 복도, 운동장, 어디서든 도하를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안아줬다. 그럴 때마다 부끄럽게 웃던 도하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발로란트’ 게임 대회를 찾아 포스터를 프린트해 보러 가보라고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점점 도하의 반에 지원을 나가는 일이 줄어들고 2학기에는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
다음 연도에 도하에 대해 알아보니 전학을 간 듯했다.
도하는 웃고 있을까. 발작하듯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노하는 도하의 모습은 첫 만남 이후로 보지 못해 다행이었지만 환하게 웃는 도하를 끝내 보지 못한 게 마음이 쓰였다.
내가 도하에게 해준 건 들어주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좋아하는 걸 같이 공유한 것뿐이었다.
배시시 웃어주던 도하가 더 큰 웃음과 행복한 얼굴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