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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표준당 정현숙 사장, 50년 손길 사람~시간 이어

“작은 손길에도 마음을 담던 장인”… 지역민 삶 속에 시간으로 남은 이름

214188_210644_512.jpg 전남 순천시 중앙동의 오래된 시계 수리점 ‘표준당’. 그 낡은 간판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주인의 손길이 멈춘 자리에 시간을 새기고 있다.

[순천/전라도뉴스] 전남 순천시 중앙동의 오래된 시계 수리점 ‘표준당’.


이곳은 반세기 동안 지역민의 시간을 지켜온 곳이자, 한 장인의 손끝이 머물렀던 순천의 기억이다.


반세기 동안 이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표준당’의 정현숙 사장(향년 80세)이 지난 10월 21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평생 한자리에서 시계를 고치며 지역민의 시간과 삶을 함께해온 그는 순천 시민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게 됐다.

214188_210645_5220.jpg 순천의 시계 장인 정현숙 사장은 젊은 날의 모든 시간을 이곳에 남겼다.

◇ 시계를 고치며 마음을 잇던 손길


1970년대 초, 중앙동의 한 골목에 문을 연 ‘표준당’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시계 수리점이다.


정 사장은 외눈박이 돋보기를 쓰고 작은 부품 하나까지 세심히 살피며 시계를 손봤다. 작은 손목시계부터 오래된 벽시계까지, 어떤 일에도 정성을 다했고 손님이 건넨 말 한마디에도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의 시계방에는 늘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건전지 하나를 갈아주며 “이건 그냥 해드릴게요”라고 웃던 인심, 몇천 원짜리 수리에도 “그냥 가요, 됐어요”라며 손사래 치던 온정은 시간을 고치는 일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었다.


‘표준당’은 단순한 수리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작은 사랑방이었다.


퇴근길에 들러 차 한 잔을 나누던 이웃, 낡은 시계를 맡기며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던 손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정 사장은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멈춘 시계의 초침을 다시 움직이듯 “괜찮아요, 다 지나가요”라고 말하곤 했다.

214188_210647_553.jpg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운명을 아는 걸까. 하나하나 놓인 작은 시계들이 왠지 외로워 보인다.

◇ 순천의 시간,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


정 사장의 별세 소식에 중앙동 상권 일대는 깊은 안타까움에 잠겼다. 인근 상인들은 “늘 밝은 얼굴로 인사해주던 분이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순천의 오랜 시간 그 자체로, 지역 상권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오랜 세월 가게를 지켜온 그의 모습은 지역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으로 회자된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수많은 시계는 지금도 순천 시민들 곳곳에서 조용히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순천 시민들은 그를 “시간을 고치던 장인, 사람을 품던 어머니”로 기억한다.


정현숙 사장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한 한 사람의 인생이 지역의 기억이 되고 문화가 된 사례로 남았다.


중앙동의 작은 시계방에서 흘린 그의 땀과 마음은 오늘도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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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기자



출처 : 전라도뉴스(http://www.jl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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