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안감이 올라와서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되고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2년의 시간을 알차고 야무지게 잘 보내고 싶은 나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진 않을까? 남들은 이렇게 저렇게 부를 쌓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데 나만 이상에 취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해 정말 미래에 힘겹게 살아가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
얼마 전까지 벅찬 만족감을 느끼다 한순간 권태롭고 불안감을 느끼는 일상에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 또한 나의 행복을 위한 일종의 경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두기로 했다. 어떤 위험 요소에 대비하고 준비하라는 경보.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작가로서 위치를 다지고 싶고 그림으로도 자아를 표현하며 돈을 벌고 싶다. 또 제철 음식으로 집밥을 차려먹고 뽀송한 이불 빨래와 깔끔하게 집을 유지하는 수월한 생활인이 되고 싶으며 부모님에게도 떳떳한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고 (이전에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요즘은 남편과 이런저런 일을 함께 하며 소소한 행복까지 느끼고 싶다. 생각해 봤는데 나는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이상과 현실, 신념과 생활을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는 나의 마음. 두 가지의 조화가 나를 그동안 지켜왔다고 믿어왔기에 나는 불안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자취방을 계약한 2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자 나는 급속도로 조급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내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까지 10년이라고 생각하면 서두를 것도 그렇다고 나태하게 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안에는 달성하기 위해 나름 체계적으로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당장 성취를 이루거나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 템포 느린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여유를 선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던, 다시 나에게 십 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걸 주지하기로 했다. 십 년 뒤, 마흔의 전성기를 갖겠다라고. 지금 당장도 먼 미래도 아닌 딱 십 년 뒤에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기로.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앞으로의 십 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리고 십 년 뒤에 원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나 짜야겠다. 이게 내가 현실을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