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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다른 남자가 나를 껴안는 꿈을 꾼다

by 안해


매일 밤 다른 남자가 나를 껴안는 꿈을 꾼다.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두 달.


내가 만난 남자 중에 연애기간이 가장 길었고, 잊는 기간은 가장 빨랐다.


원래는 헤어지고 한 달은 너무 괴로워서 몸서리쳤고 두 달이 되어서도 왜 여전히 힘든지 자문하다 세 달이 되어서는 이제 좀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나는 헤어진지 몇 달이 지나도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지 스스로가 답답했다.


놀랍게도 X와 헤어지고 나서 슬프지 않았다. 나는 정말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헤어진 지 한 달, 이 세상에 더이상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 속에 잠에서 자꾸 깼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사람이었고,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이별 후 괴로움은 그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헤어진 지 두 달, 외로움 속에서 나는 매일 밤 다른 남자가 나를 뒤에서 꽉 안는 꿈을 꾼다.


직장 동료, 전남친, 어쩌다 알게 된 사람. 작든 크든 내가 한 번쯤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


누군가 나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혹은 내가 어찌하지 못하도록 뒤에서 있는 힘껏 안아준다.


처음에는 이러지 말라고 발버둥치면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그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어떤 이에게는 안정감을, 어떤 이에게는 설렘을, 어떤 이에게는 안도감을 느끼며 그들의 품에 안겨 있는다.


그리곤 잠에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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