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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해 Nov 05. 2022

나의 인생 책

독서일지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책을 추천해주세요, 혹은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책 추천은 참으로 어렵다. 책 선물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은 취향을 탄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어도 당시 나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말 만인이 인정하는 ‘좋은 책’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있을 테지만, 어쨌든 ‘좋은 책’이나 ‘인생 책’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내 결론이다.


그럼에도 인생 책을 묻는다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같은 굵직한 작품들을 말해보고도 싶은 지적 허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고. 내가 굳이 뽑아본 나의 인생 책들은 거의 동시대의 한국 여성이 쓴 다소 읽기 가벼운(?) 에세이라는 점. 시인이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가들이 아닌 일반인. 지금은 인플루언서 정도랄까.


그럼 어떤 책인지 지금부터 소개해보겠다






1. 악당은 아니지만 우주 정복(안시내)




제목이 정말 매력적이다. 2016년엔가 처음 읽었던 책. 같은 나이의 그녀가 350만 원의 돈으로 혼자 141일 간 세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어쩌면 무모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한 모습에 매료당했다. 가난 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에도 반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 서려있는 깊이와 따뜻한 문체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아 그녀가 좋다! 그녀를 따라 하고 싶다!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를 통해 세계 여행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영향이 아닐까. 나는 알바를 하고 휴학을 했다. 처음으로 두 달 넘게 장기 여행을 해본다. 장기 여행에 중독된다. 여행은 젊은 날 내 청춘을 아끼지 않고 바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된다. 한 번 자유를 만끽한 사람은 새장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그렇게 나의 여행 인생이 시작되었다.



살기 위해 여행을 하고, 여행을 하기 위해 산다. 20대엔 돈을 모으는 이유도 모두 여행 때문이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머리가 희끗해지는 노인이 되어서도 자유로운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 포터와 가이드 없이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서양 할머니. 그런 삶은 절대 정신이 늙지 않는 삶일 테다.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알고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유연한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


2.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강렬한 빨간색 표지. 책 제목 또한 못지않다. 이 책은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가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게 만든 책. <글쓰기의 최전선> 또한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 정복>처럼 내가 휴학했을 당시 2016년도에 읽었던 듯하다. 이 책으로 ‘은유’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고 나는 그녀를 나의 롤모델로 삼기로 한다.



롤모델. 그전까지 사실 좀 오그라드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이런 사람이, 이렇게 사는 사람이, 이런 직업이 있었어, 싶으니 롤모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 글이 칼이 되는 사람. 활자를 넘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날카로운 사고와 예민한 감각으로 핵심을 면밀히 짚어내는 사람.



올해는 좀 의미 있었을까. 항상 바라기만 했던 그녀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은유와 학인들과 함께 통영으로 함께 엠티도 다녀왔다. 그녀와 인스타 친구까지! 그녀가 나의 존재를 알고 (비록 온라인이지만) 친구까지 되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렇게 나만 은유를 신봉하는 줄 알았더니 글쓰기 수업을 듣고 보니 다 은유교에 빠진 사람이더라. 그녀에게 빠지면 탈출구가 없다.



그가 쓴 책 추천글을 봐도 다른 작가와 비교해 그녀의 것은 정직하면서도 정확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글은 나의 심장을 두드리고 행동하게 한다. 그녀의 글은 부조리에 반응하고 불의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녀 곁에 있으면 죽어있던 나의 사고와 본능이 활발히 작동한다. 그러니 어찌 그녀를 놓을 수 있는가 말이다.







3. 스물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슛뚜)




​97만 유튜버 슛뚜의 첫 책. 출간 당시만 해도 27만의 파워 유튜버라고 소개가 되었는데, 지금은 슈퍼 울트라 파워 유튜버라고 해야 하나. 점점 상승하는 그녀의 인기. 나도 얼른 유튜브를 시작해야겠다 큭. 이 책 또한 2년 전 백수 시절에 처음 접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던 휴학 시절, 백수 시절에 다독이 가능했고, 지금 내가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그때 읽은 책들. 사람이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또 여기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슛뚜에 대해 알게 된다. 스물셋이면 여자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특별한 직장도 없었던 그녀는 강아지 베베와 함께 집에서 나와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한다. 베베를 돌보고 함께 살기 위해 프리랜서로 가리지 않고 여러 일을 한다. 절박한 심정의 그녀였고 힘든 시기였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베짱이 두둑해 보인다.



이슬아도 대학 학비를 마련하느냐 빠듯한 삶을 살면서도 부모의 집에서 나와 월세까지 버는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했던 걸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떠오른다.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독립을 결심한다. 부모와 공간적 분리가 절실했다. 몇몇 친구들은 돈을 아끼려면 독립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만류했다.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이 됐다.



독립을 하기 전까지, 마음에 위로와 평화가 필요할 때마다 잔잔하고 차분한 그녀의 영상으로 힐링했다. 그녀의 영상은 하나의 돌출구였으며 영상을 보며 나만의 공간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이 됐다.



지극히 내향형인 나는 홀로 온전히 쉼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 독립을 한 뒤 나는, 나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공간에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나만의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혼자 살면서 크고 작은 행복감을 누렸고 그 시작은 바로 이 한 권의 책에서부터였다.






세상에 책은 수없이 많다. 내 마음에 끄는 책 모두 다 읽는 것도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렇다. 인생의 방향, 나의 인생의 결과 색깔을 정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소개했다. 사실 마음속에는 한 권의 책이 더 있다. 이 책은 추후에 추가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앞으로 이 글 또한 내 삶이 진행되는 과정에 맞춰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책 읽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만끽해보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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