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있다.
글? 여행? 일? 아니다. 바로 그건 돈이다. 회사를 나온 뒤 늘상 하는 고민이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돈 걱정을 안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잘하게 한 푼 두 푼 쓰는 거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진 않았다. 현재 나는 돈 대신 시간을 선택하겠다고 마음 먹어 하루 4시간만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만 이엔 댓가가 따른다.
글을 쓰기 위해 하루 4시간만 일하는 단기 근로자를 선택했지만 내 선택에 늘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건 아니다. 혼자 글을 쓰는 일에 생각 이상으로 행복감을 맛보지만 누군가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으면 답을 찾지 못해 난감하고 부끄럽다. 서점인으로 규정하기에는 그건 내가 설정한 부캐일 뿐이고, 그렇다고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라고 하기엔 내가 해놓은 것도, 등단을 하거나 투고를 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내가 홀로 글을 쓰는 시간이 사치이거나 허짓거리로 느껴진다.
울프는 그런 현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대가가 지불되지 않을 때에는 경박했던 일이 돈으로 위엄을 갖추게 됩니다
(자기만의 방 p.34)
뭐든 돈이 되면 사람들은 감탄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지 못하고 혼자 시간을 죽이며 쓰는 이 글은, 똑같은 글이라도 돈을 받게 된다면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내 글을 그저 종이쪼가리나 메모장에 끄적이는 별볼일 없는 글이 아니라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빛나는 그 무언가로 바라볼 것이다. 나 또한 진 빼며 글을 쓰고 나서 ‘현타’를 느끼지 않을 것이고.
돈은 사회의 인정과 같다. 나는 이 사회에 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인정. 서점인으로 따로 밥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인정 욕구에 메마른 나는 유년의 글쓰기(일종의 습작과 같이 특별한 목적 없이 쓰는 행위)가 성에 차지 않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 무슨 일을 하나며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자주 좌절한다. 그 이유는 내 글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는 그 돈을 등한시했다. 나에게 중요한 건 돈이 일순위가 아니었다. 돈은 부차적인 가치일 뿐, 우선순위에서 항상 제외됐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만 어쩌면 아무도 쓰라고 요구하지 않아서 세상에 쓸모 없는 이 글도 돈이 받게 되면 울프의 말처럼 위엄을 갖추게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글프지만 명징한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글이 돈이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돈을 받지 못해도 그것이 곧 내 글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브런치 메인에 내 글 하나가 올라갔다. 평소처럼 똑같이 쓴 글인데 그 글은 브런치 메인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스스로 진단하기로는 특별히 그 글을 잘 써서 메인에 오르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기보다, 조금 더 사람들이 혹할만한 제목과 소재를 썼다는 게 메인에 올라가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은 이유다.
이렇게 실력이라기보다 운이나 타이밍이 맞아 인기 작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글 반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오늘도 그저 쓰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 낭비하는 글이 아니라 언젠가 댓가를 지불 받을 글이라 생각하며 나의 글을 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