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연애를 시작했다.
혼자 너무 잘 살아가는 게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익숙하다. 타인과 맞춰간다는 것, 싸움과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감정 소모와 체력 소모를 안겨준다.
혼자였을 때는 들어가지 않았을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혼자였을 때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는 연애의 당연한 장점도 있다. 하지만 역시 행복한 순간은 짧은 걸까, 금세 상대의 불편한 점 못마땅한 점 이해되지 않는 점이 생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며 사랑하고 싶지만 이상일 뿐.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나의 정체성도 뾰족하게 다듬어가고 있는 중인데 그리고 그걸 스스로 만족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나의 뾰족함은 상대와 함께하기에, 상대를 포용하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오래 연애를 하지 못한다는 건 나의 은밀한 컴플렉스였다. 사실 난 시작조차 어려운데 어렵게 시작을 해도 오만가지 이유 때문에 금방 끝이 나버렸다. 처음엔 내가 좋은 상대를 못 만나서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내가 인내심이 부족한 걸까, 그래서 상대의 결함을 견디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사랑할 능력이 없는 걸까.
가장 사랑에 빠졌던 상대. 외부적인 이유로 헤어졌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 사람과 어떻게든 오래 만나 내가 사랑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을 증명해내고 싶기까지 하다. 상대에게 푹 빠졌던, 그래서 끝은 생각하지 않았던, 영원한 사랑을 생각했던 순수한 시절이 그립다.
분명 일도, 친구도, 연인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걸 받아들일 나이가 됐는데 아직 나는 그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