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3.
가장 최근에 생기고 핫하다고 하는 냉삼집으로 갔다. 늦은 시간에도 불과하고 빈자리를 보기 힘들었다.
불판 위에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통마늘과 파저리도 같이 굽는다. 언제나 이 냄새는 옳다고 다들 극찬을 한다.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목부터 축이자며 소맥을 한 잔 말기 위해 박부장은 술잔을 준비한다.
박부장은 소맥 비율의 장인이다. 어떤 컵에도 황금 비율을 맞춘다. 고기가 다 익기 전에 셋은 술잔을 짠 한다. 마치 도원결의의 한 장면 같다. 한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알딸딸해져 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다.
하나 같이 다들 아픈 곳이 있었다. 박부장은 직업병이란 게 이런 걸까? 짧게 생각하고 넘긴다.
문득 박부장은 낮에 가게에서 안과장과 이야기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땐 나이 때문이라고만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보니 ‘살’이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금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살’ 문제도 털어 버린다. 오늘은 셋만 모여서인가 간단히 1차만 하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박부장은 알딸딸한 느낌으로 씻고 곧장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출근 전에 샤워를 하기 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살찐 아저씨가 있다. 처음으로 자신을 보고 조금 놀랜 눈치다. 덩치가 크고 근육은 없는 뱃살 아저씨. 황급히 샤워를 마치고 나와 아내에게 묻는다.
“여보! 나 살쪘어?”
“음~ 조금? 아주 살짝..?”
“솔직하게 말해줘. 나 뱃살 아저씨야?”
이렇게 질문하는 게 처음이라 아내는 당황했다.
“근데, 갑자기 살은 왜? 당신 그런 건 크게 생각 안 했잖아?”
“요즘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살쪘나 나이가 들었나 해서”
“당신은 키가 크기도 하고 배만 좀 나온 거라 엄청 살찐 건 아니야.”
아내는 직접적으로 살이 찌긴 했다. 살 빼란 말을 못 하고 둘러서 이야기했다.
“이참에 나도 안과장처럼 살도 빼고 운동 좀 할까? 내가 운동신경이 좋아서 안과장 정도는 금방이지 않겠어?”
남자들의 특기인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금방 좋아진단다.
박부장네와 안과장네는 가끔 부부모임을 해서 박부장의 아내도 안과장을 안다.
운동을 오래 했다는 것도 알고 몸이 좋은 건 누가 봐도 좋기 때문에 자신의 남편도 저렇게 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당신도 금방 몸이 좋아질 거야.”
박부장은 함박 미소를 지으며 인생 첫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가게로 출근한 박부장은 핫바 한 개를 무의식적으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윙~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득 이걸 먹어도 되나? 생각이 든다. 핫바는 작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평소처럼 우걱우걱 핫바를 씹으며 할 일 체크를 한다.
오늘은 단체 손님이 있는 날이라 다른 날보다 더욱 분주하다.
셰프들은 각자의 포지션에 할 일을 다하고 다시 브레이크 타임이 다가온다.
박부장은 점심식사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오늘은 간만에 중식이다.
배가 고팠던 박부장은 혼자 쟁반짜장 2인분을 먹고 탕수육도 함께 먹는다.
슬쩍 안과자에게 박부장이 묻는다.
“살 빼는 게 힘들어?”
“경우마다 다르긴 하죠. 쉬운 사람도 있고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작심삼일 다이어트, 일주어트 뭐 이런 말들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나도 오늘 아침부터 다이어트 결심했거든.”
이 한마디에 모든 직원이 순간 놀랬다. 박부장 입에서 처음 나온 다이어트 결심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란 김대리는 혹시나 아프냐며 묻는다. 동료들은 박부장의 다이어트를 위로와 함께 응원을 한다.
박부장은 이게 응원받을 일인가? 생각이 들고 본인은 이런 응원 없이 손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판단한다.
탄산음료를 쭉 들이키며 다이어트 방법을 유튜비에 검색해 본다.
다이어트 방법이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뭐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잠이 든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채워진 그릇과 빈 그릇이 왔다 갔다 한다. 박부장은 고기파트여서 크게 음식 맛을 볼 일도 없고 해서 간식이 항상 옆에 있다. 오늘은 입이 심심해서 젤리를 먹으면서 일을 한다. 또다시 마감 한 시간 전이 되니 술 한잔이 생각이 나고 파티원을 모집한다.
오늘은 안과장도 같이 간다. 일요일은 헬스장이 쉬는 날이라서 아침에 러닝을 하고 와서 괜찮다고 한다.
오늘은 다 같이 치맥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 열심히 마감을 한다.
동네 맛집 치킨집을 향한다. 닭은 공룡의 후예라며 ‘공룡 치킨’이라는 상호명이다. 여기는 한 마리를 시키면 두 마리를 준다. 가성비가 미친 것이다. 언제나 손님이 많다. 소문에는 치킨집 사장님의 부모님이 양계장을 해서 저렴하게 닭을 산단다.
주문한 치킨이 나오고 여느 때처럼 소맥을 마시는 박부장. 안과장은 소주파라며 맥주를 거부한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박부장이 안과장에게 다이어트 방법을 물어본다.
식습관, 생활습관, 운동, 수면, 휴무에 뭘 하는지, 등등 물어본 질문에 박부장은 성실히 대답을 했다.
그리고 안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과는 반대로 살아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박부장은 순간 벙졌다.
반대로라면 내가 평상시에 좋아하던 걸 전부 못한다는 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너무 많은데?
이걸 안 하고 사는 건 스트레스가 높아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한 번에 대답을 못하는 박부장을 보며 안과장은 달래듯 말한다.
“한 번에 전부고치면 어려워요. 하나씩 쉬운 것부터 바꿔 갑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유뷰연대 이럴 때 쓰는 거죠.”
박부장은 안도를 하며 다시 한번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소맥을 원샷하며 “내일부터 진짜 다이어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