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1.
처음 한 결심은 흐지부지되어 시간만 흘렀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고 박부장은 다시 한번 다이어트 결심을 한다. 이번엔 조금 다르다고 굳은 의지를 내보인다. 지난번 실패의 원인을 환경 탓으로 돌렸다. 안과장이 다니는 헬스장에 등록하면 조금 쉽게 살을 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휴무일 아침에 안과장에게 전화를 건다.
"어 그래 안과장. 바빠?"
"아뇨. 괜찮습니다. 쉬는 날에 무슨 일이세요?"
"어어. 그게 말이야. 헬스장 있지. 안과장 다니는 곳. 거기가 어디야?"
"아~ 헬스자이요? 가게랑 가까워요 길 건너 가면 앞에 있어요. '3대 헬스'에요. 등록하시려고요?"
"어어 해볼까 해서 말이야. 알려줘서 고마워~"
헬스장 위치와 이름까지 알아냈다.
'3대 헬스' 박부장은 헬스장 이름을 보고 신뢰가 느껴졌다. 여기는 헬스장의 원조라고 생각한다. 식당들도 요즘 3대를 이어가는 게 어려운 일인데 헬스장이 대를 이어 온다니 이름만 들어도 살이 빠지고 근육질이 될 것 같았다. 어쩐지 안과장 몸이 좋더라니 헬스장에 정답이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있던 회색 운동복을 위아래로 세트로 맞춰 입고 '3대 헬스'로 향한다.
분명 카운터엔 몸 좋은 할아버지가 나를 맞이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운전하고 가는 내내 몸짱 할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흥이 올랐다. 신호를 기다리며 운전석에 커다란 박부장의 엉덩이가 씰룩거렸다. 어린 시절 봤던 드래곤볼이 떠올랐다. '무천도사' 대머리에 몸이 좋은 흰 수염난 할아버지. 기대가 되니 엉덩이가 한 번 더 들썩 거린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 여기라면 박부장은 자신이 손오공과 같은 몸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다. 콧노래를 부르며 액셀을 밟는다.
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안내 문구가 보였다. '위층으로 올라오실 분은 걸어서 올라오세요.' 위층으로 향하지 않는 엘리베이터라 참신했다. 역시 여긴 무천도사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1층만 올라갔는데도 숨이 찬다. 5층짜리 꼬마 빌딩. 박부장은 구두쇠 무천도사라고 속으로 생각을 한다.
1층에 도착하니 건물 안내표지만이 보였다.
'1층 카운터 & 벤치프레스'
'2층 스쿼트'
'3층 데드리프트'
'4층 유산소'
'5층 그 외 기타 운동'
5층 전체가 헬스장이었다. 카운터에 도착한 박부장. 카운터엔 엄청난 근육질의 트레이너가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마치 비행기 안의 승무원 같은 느낌이었다.
"어서 오세요. 헬스장에 처음 오셨죠?"
"네. 헬스장 등록 좀 하려고요."
"운동해본 적 있으세요?"
없었다. 없지만 있다고 해야 할지, 운동을 전혀 해본 적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대답한다.
"헬스를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운동신경은 좀 있어요."
호기롭게 대답하고 왠지 늘 운동을 해왔던 사람처럼 보일 거라고 대답을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그러시군요. 그럼 회원 등록부터 도와드릴게요. 저희 3대 헬스'는 3 종목의 운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3대 헬스'입니다. 회원님 '3대 운동'은 들어보셨죠?"
박부장은 원조 헬스가 아니란 걸 지금이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어쩐지 무천도사가 없더라니... 아쉬웠다.
"음... 잘은 모르는데요. 그거 꼭 알아야 합니까?"
박부장의 표정은 조금 건방져졌다. 내가 그걸 꼭 알아야 하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다는 마음이 내보여졌다.
"하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회원님. 일단 등록부터 진행하고 차근차근 설명드릴게요."
회원 등록 프로모션 안내가 시작되었다. 지인 소개. 처방문 회원. 평생회원 vip 등등 많은 품목이 있었고 근육질의 트레이너는 혀에도 근육이 있는 듯했다. 화려한 언변으로 상품 소개를 이어갔다.
박부장의 귀에 스쳐가는 많은 말이 있었다. 그중 지인소개를 골랐다. 딱 귀에 걸리는 단어였다.
"2개월 결제해 주세요. 아 그리고 안과장 지인입니다."
박부장은 2개월 회원권을 결제하고 지인소개로 1달을 덤으로 받았다.
40kg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순간 딱 뺀다고 자신했다. 2 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렴풋이 기억도 난다. 다이어트 기간은 짧게 잡아야 한다. 길게 잡아봐야 마음만 힘들다고 분명 어디선가 들었다.
덤으로 받은 1달은 쉬엄쉬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딱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계획은 완벽했다. 체중감량으로 더 어려 보일고 지나는 길마다 몸짱 오빠라고 사람들이 외치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무도 모르게 박부장은 환호성을 지른다.
헬스장 시작일은 일주일 후로 지정한다.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최후의 만찬을 즐기지 못했기에 바로 시작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찐막파트를 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