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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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꽉 막혀있다. 다들 먼저 가기 위해 양보운전보단 새치기운전을 한다. 박부장은 운전을 하면서 욕을 꺼내려다 참는다.
보조석에 앉은 박부장의 아내. 웃으면서 박부장을 진정시킨다.
“여보. 내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20대만 비켜주자 해보래. 그러면 운전하면서 욱하는 게 없어진다는 거야”
“20대? 그럼 우리는 약속장소에 언제 도착해?”
“하하하 20대 보단 덜 비켜주게 된대. 걱정 말고 그냥 양보운전하자. 안전하게 가는 게 더 낫지. 안 그래?”
항상 일리 있는 말로 박부장을 안심시켜 주는 아내이다.
정말로 8대만 비켜주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물론 시간도 늦지 않았다. 이 모임은 덩치들이 많다. 다들 나이를 먹으면서 운동은 안 하고 먹기만 해서 그런지 몸들이 많이 망가졌다. 분명 저 중에는 20대 시절만 해도 살이 안 찐다고 했던 친구도 있고, 운동을 많이 해서 몸이 탄탄했던 친구도 있다.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 생각하다 결론은 나 같은 애들이구나 하고 결론을 짓는다.
“여~ 멸치 잘 지냈냐?”
“아 그럼 그럼 잘 지냈지. 요즘 멸치가 아니다. 불어 터진 멸치야”
“그래 그런 거 같다. 옛날엔 살 안 찐다더니 나이는 못 속이네~”
“뚱. 너도 좀 쪘다?”
“나? 뭐래. 지금 다이어트 중이거든?”
“뭐? 네가? 갑자기 왜? 다이어트 한 번도 한적 없잖아?”
“응 그냥 그렇게 됐어. 살면서 안 해본 것도 해보는 거지 뭐”
“이야. 그거 뭐 어떻게 하는 건데?”
“그냥 하면 돼 뭘 또 설명을 하냐. 너 안 할 거잖아?”
“나는 365일 항상 다이어트 준비 중이지.”
“크크크. 말만 크크. 아 그래 제수씨는 같이 안 왔어?”
“어엉 와이프도 모임이 있대. 그래서 각자 가기로 했어”
박부장의 와이프를 바라보며 멸치가 말한다.
“제수씨 잘 지냈죠? 뚱 재 다이어트하는 거 거짓말이죠? 뻥카아니예요?”
“지금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늘도 공복 유산소랑 집에서 운동하고 온 거예요.”
“우와. 그게 가능한 이야기예요? 뚱이? 이야? 뭐 어디 아파?”
“아프긴 인마. 그냥 하는 거지.”
"아 요즘 육아한다고 너무 바빠. 정신이 없네. 멸치 허리 부러지겠어. 근데 뚱 너는 아이 소식 없어?"
"어엉 아직 없네. 다이어트 좀 하고 하면 이쁜 아이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네"
"그래그래 서두를 거 없어. 내가 아는 형님도 7년인가? 8년인가? 깜깜무소식이다가 갑자기 아이가 찾아온 거야."
"오 그래? 잘됐다. 나도 기다려봐야지. 안 생기면 뭐 자연스레 딩크 하는 거고"
박부장은 아이가 안 생기는 이유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하면 아이도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다들 멀쩡한 이름이 없다. 멸치. 뚱. 헬친놈 뭐 이런 이름들이다.
어느덧 이 친구들과도 20년이 넘은 듯하다. 박부장은 지긋지긋하다고 하지만 가끔 만나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한 친구들이다.
친구들이 모두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고 하면서 만남의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친구들이 아이가 생기면서 더욱 그렇다.
"야 뚱. 너 오늘 왜 이렇게 못 먹냐?"
"나? 다이어트 중 다이어트. 진짜"
"제수씨 저거 진짜예요? 이상한데?"
"하하하 진짜예요. 헬스장도 다니고 술도 줄이고 변하고 있어요."
"우와. 살면서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일 줄 알았는데. 뚱 입에서 다이어트라니"
멸치와 헬친놈이 자꾸 반복해서 물어본다. 믿을 수 없는 진실이란 이런 것인 것 같다.
"와... 저 자식이 다이어트라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