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3.
안과장이 양주잔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올리브 오일을 잔 가득 채운다. 레몬즙을 한 숟가락 따른다.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한 번의 심호흡과 함께 원샷을 한다.
옆에서 보고 있던 박부장이 인상을 찡그린다.
‘아이고 저걸 저렇게 마신다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비워진 잔을 씻는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안과장은 개구진 표정으로 웃으며 박부장을 부른다.
“부장님. 한 잔 하실래요?”
“아아 나는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마시지. 그건 좀 그런데?”
안과장은 씻은 잔에 물기를 제거하고 올리브 오일을 채우고 있다. 가득 따른다. 자신과 같은 비율로 레몬즙도 따라준다.
“자 어서”
안과장의 건네는 손이 달갑지 않다. 박부장은 변경거리를 찾는다. 잔을 받는 듯 아닌 듯 손이 나아가질 않는다.
“자. 받아요.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요. 진짜로 진짜”
거짓말. 그럴 리가 없다. 저건 악마의 속삭임이다. 분명 맛이 있을 리가 없다.
박부장은 마지못해 잔을 받아 들고 잠시 내려둔다.
“그런데 이걸 왜 마셔? 올리브 오일 그냥 먹으면 미끌거리고 속에서 훅 올라올 텐데. 거기다가 레몬즙까지? 이건 좀 그렇지 않아?”
“이거 부장님한테도 딱 필요한 거예요. 어젯밤에 종아리에 쥐 나서 막 아팠었잖아요. 그러면 이거 마셔야 해요. 원샷하면 알려드릴게요.”
박부장의 눈빛이 흔들린다. 분명 어젯밤에 고통은 컸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고통도 커 보인다.
“그렇다면 난! 괜찮아! 이제 안 아파! 정말이야. 아까 마시지 싹 다 나았다. 신기하더라. 그래 고마워.”
박부장이 도망가려다가 안과장에게 잡힌다.
“이게 부기 빼는데 정말 좋아요.”
“붓기?”
“네. 부장님. 다리가 엄청 부었더라고요. 다리가 하마 다리인 줄 알았어요.”
“하... 마?”
박부장의 머릿속에 핫바 먹는 하마가 생각이 난다.
“진짜 이거 마시면 부기 빠지는 거지?”
“그럼요. 자자. 원샷!”
박부장의 손이 약간 떨리는 듯하다. 술잔 앞에서 약해져 본 적이 없는 박부장. 올리브 오일이 든 술잔은 떨린다,
심호흡을 세 번 한다. 왼손으로 코를 막고 술잔을 털어 마신다. 코에서 손을 떼자마자 박부장은 컥컥 거린다.
“케케켁. 이거 아닌 거 같아. 케케켁”
안과장이 웃으며 술잔을 받아 든다. 싱크대에서 술잔을 씻으며 말을 이어간다.
“아침마다 이렇게 한 잔씩 마시면 몸에 좋아요.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점들이 많아요.”
인상이 펴지지 않는다.
“으.. 안 먹어”
분명 박부장도 이건 몸에 좋은 거라고 생각이 든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맛이 없는 게 몸에 좋고, 맛없는 게 몸에 안 좋은 것들이 많다. 요리를 오래 해오면서 얻은 지혜이다.
“나는 이거 말고 그냥 다리 주무를게”
“하하. 사실 그것도 좋죠. 저도 실험 중이에요. 제 몸으로 말이죠. 저도 한 동안 마셔보고 변화 생기면 다시 권유할게요.”
“아냐 아냐. 무슨 권유까지야. 그냥 안과장 쭉 해. 난 괜찮아.”
자리를 도망치는 박부장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