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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 희 Oct 06. 2024

프롤로그 : 배우전지안, 인간전지안

연기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면 안 돼?



Q. 국적과 부모님, 성별까지 아무리 우연으로 주어지는 것이라 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면 이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란 좀 쉽지 않다. 잘 견뎌낸 사람들과 머리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힘든 과거와 이별을 하라고 말한다. 바꿀 수 없는 짐들은 제발, 제발 그.만. 내려놓고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새 삶을 잉태하라 한다. 너 자신 스스로, 제발! '그런데, 어떻게?'



 Q. 배우가 되는 걸 선택한 이상 버릴 과거는 없다. 떠올리기 힘겨운 고통일수록 그 기억은 타고난 재능취급을 받는다. 나에게도 있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결핍, 미성숙함을 이용당한 피해사례, 웃고 있어도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눈. 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웃는 것보다 쉬웠다. '그런데 내 기억들이 이렇게 사용되는 게 맞는 거야?'



 A. 배우의 훈련은 상상과 감각, 신체와 정신, 감정과 태도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느낌들은 전부 내 안에 있어서 말로 설명할 근거가 매우 매우 부족하다. 연기는 '나'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내가 바로 도구 그 자체다. 그러므로 나를 잘 알아야 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이게 물감인지, 먹물인지 알고 사용하는 것처럼 나는 팔레트이고 연필이며 물통이 되거나 때로는 캔버스 그 자체여야 할 때도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배우가 되는 훈련은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훈련이라는 것을.‘



비로소 나는 과거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일을 마침내 해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얻은 보너스가 너무 컸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이번 생에서 얻지 못한 우연이라고 포기한 채 살고 있었는데 연기는 '그런 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줬다.








혼자서는 절대 연기를 완성시킬 수 없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만남으로 시작되어 만남으로 끝나는 그리고 여전히 만나고 있는 어떤 현재 진행형이다.

연기에게 빚을 지게 된 이야기, '그런데'에 대한 나만의 경험이다.




5월, 런던 (2023)



"제가 영화에서 전하려는 내용은 다른 누군가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울 수 없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뿐이에요.

경험은 물려주거나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경험을 얻어야만 비로소 삶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by.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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