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 그 속을 꿰뚫어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

by 안현진


어떤 것이든 그 속을 꿰뚫어보라. 어떤 것이든 그것이 지닌 특별한 속성이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




“엄마~ 서점 가자, 서점.”

은서는 서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 때문이라기보다 책인지 장난감인지 모호한 것들 때문이다.

이틀 전 서점에 갔을 때도 들고 다니던 공주놀이 세트를 살짝 갖다 놓고 책만 계산했었다.

계산을 마친 책을 오빠들이 한 권씩 가져갈 때 은서가 자기건 어딨냐고 찾았다.

다른 책을 추가로 계산하는 사이 다시 가져왔다.

나는 안 된다, 못 사준다는 것을 남편이 갈등하다 끝내 계산하고야 만다.

같이 들어 있던 뽀로로 책이 만 원, 분홍색 왕관, 목걸이, 요술봉, 구두가 칠천 원인 셈이다.

선우 윤우 어릴 때는 잘 안 사주던 사운드북도 은서는 자주 사주니 서점 오는 게 즐거울 수밖에.

“마트 가자.” 아니면 “서점 가자.”가 은서의 18번이다.

오늘도 밖에 나가자, 서점 가자 하길래 은서와 둘이서 점심 먹고 길을 나섰다.

비교적 찬찬히 1, 2, 3층을 둘러본 뒤 시집만 한 권 사 왔다.

가기 전에 또 사운드 북을 들고 오길래 마트 가서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달랬다.

아쉬워하며 내려놓다가 옆에 있던 헝겊 인형 책을 사고 싶어 했다.

마트 가면서도 “힝, 은서 토끼 가방 사고 싶었는데~” 한다.

나는 올 때마다 책 한 권씩 사면서 은서는 안 된다 한 게 조금 미안했다.

서점 옆 하나로 마트에서 은서와 선우 윤우 주스를 하나씩, 내가 마실 커피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은서가 들고 다니느라 계산하기도 전에 구겨진 새 시집을 가방에서 꺼냈다.

“이거 은서 거야~”

잠깐 들고 다녔다고 책과 친근해졌는지 자기 거라고 샤라락 넘겨본다.

“그래? 은서 거야?” 하며 일부러 관심을 안 두었더니 금세 다른 데로 관심이 옮겨갔다.

어떤 이유에서건 책이 있는 곳이 친숙하게, 편안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않아도 책과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장난감인지 책인지 헷갈리는 대상이 좋아서 서점에 가고 싶어 하지만 언젠가는 그 옆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책들이 읽고 싶어서, 사고 싶어서 서점을 찾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오늘 은서와 둘이 서점을 왔다 갔다 하는데 재밌고 좋았다.

씽씽이를 타고 앞서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기도 하고, 건널목에선 조심히 같이 건너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선 넘어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책 수다를 떨며 서점을 오갈 몇 년 뒤를 상상하니 즐거우면서도 지금 모습은 지금 그대로 또 소중했다.

몇 년 뒤에는 오늘의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 말이다.

아이에게도 서점에서 무얼 사고 안 사고보다는 서점에 가기까지의 과정, 엄마와 보낸 시간, 그때의 즐거운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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