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고력으로 이 일을 하기에 충분한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

by 안현진

나의 사고력으로 이 일을 하기에 충분한가, 아니면 충분하지 않은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 중에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내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앞에서 말을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머리를 도리질 치고 주먹을 계속 쥐었다 펴게 만든다.

책을 출간하고 저자 특강을 준비하기 앞서 스피치 수업을 미리 들었던 이유기도 하다.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하면 점점 나아지겠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다.

나의 성향과 반대로 움직여야 하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내가 원하는 방향이 맞나, 주관 없이 휩쓸려 다니는 건 아닌가 … 회의감이 들었다.

무엇이 내게 더 맞는 방향일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기간 동안 신간 에세이가 나왔다.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독서모임 제안도 왔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죄송하다고 거절했다.

'집에 세 살 아이가 있어서'라는 건 핑계였다.

준비가 안 돼서, 자신이 없어서, 나와는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더 컸다.

엄마는 한 번씩 이 얘기를 할 만큼 몹시 아쉬워한다.

몇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그때 그 전화는 내게 기회였을 수도 있겠다, 내가 머물러 있어서 도전 앞에 머뭇거렸던 걸 수도 있겠다, 자질보단 내면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

안으로든 밖으로든 내가 단단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이게 기회인지, 성향 뒤에 숨은 두려움인지 보는 눈도 가질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화할 때에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잘 살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