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8.
미래를 염려하지 말라. 운명에 의해서 네가 그 미래로 가야 한다면, 너는 지금 현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동일한 이성을 가지고서 미래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8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2시 30분이었다.
넷플릭스에 뜨는 <고려거란전쟁> 6화를 보고 자려고 했는데 잠이 들었다.
이번에도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신은 더욱 말짱해지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일어나서 거실로 나갈까,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고민만 하다가 어느덧 일어나야 할 시간에 가까워왔다.
누워 있는 동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옆에 자고 있는 남편을 보니 미안했다.
노년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정작 나는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나.
갑갑한 마음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때 바닥에 자고 있던 은서도 같이 일어나 앉았다.
“은서야.” 부르니 “왜?” 답한다.
“엄마한테 와. 이리 올라와.” 하니 이불을 들고 올라온다.
침대 끝에서 올라오려고 버둥거리며 잡아달라고 손을 쭉 뻗는다.
그 모습에 조금 전 봤던 6화에서 성벽 아래 인질로 잡힌 고려 백성들이 떠올랐다.
성벽 위엔 아버지가, 성 아래엔 붙잡힌 어린 아들이 거란군의 방패막이가 되어 오르고 있었다.
그 생각이 나 얼른 은서 손을 잡아 올라오게 했다.
남편과 나 사이에 누운 아이 손을 꼭 잡으니 아이도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쌀을 씻어놓고 불안하고 복잡한 감정을 일기에 써 내려갔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도배되어 잠시 멈추고 《명상록》을 펼쳤다.
미래를 염려하지 말라는 말이 첫 문장에 나왔다.
지금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력을 가진 채 미래로 간다면, 싫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순간 이동, 타임머신처럼 미래에 먼저 갈 수 없기에 현재를 바라본다.
현재의 내가 오지 않은 날들을 걱정하기에 앞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길.
아이의 따뜻한 손을 만질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살아갈 공간이 있음에 감사할 것.
잠 못 자고 뒤척인 이 새벽에 매듭지은 생각이다.
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다.
잠시 뒤면 남편은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간다.
집에 남은 아이와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멈췄던 일기를 다시 쓰기로 한다.
쓰면서 풀어내고, 쓰면서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