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7.
다른 사람에게서 도움 받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7 중에서
스무 살 때 지금의 남편이 남자 친구가 되기 전,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잠깐 고민하다가 “음… 최수종?”이라고 답했다.
내 답에 굉장히 의외라는 듯한 남편 반응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릴 때부터 최수종이 나오는 사극을 보고 커 왔다.
tv 속 위풍당당한 왕, 장군 역할을 맡은 배우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아내에게 한없이 다정한 면이 참 좋았다.
방영 중인 <고려거란전쟁>을 보기 시작한 것도 강감찬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 때문이었다.
(넷플릭스에 함께 올라오는 것은 신의 한 수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사극, 최수종 배우, 정치 싸움, 전쟁, 배우들의 연기, 긴장감 넘치는 전개 … 1화를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매주 기다리는 드라마가 될 줄 몰랐다.
어제 방영한 5화에서는 거란에서 온 사신이 거란 황제가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고려를 위해 선종을 시해한 강조는 전쟁의 억지 명분이 되었다.
그런 강조와 현종의 갈등이 고조되는 화였다.
강조가 고려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걸 잘 아는 국경의 장수 양규는 왕에게 부탁한다.
도통사에게 잘 싸우라는 말 한마디만 내려달라고, 그럼 목숨을 걸고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출정하기 전, 황제 앞에 선 강조에게 현종은 말한다.
“꼭 승리하시오. 승리하여 고려의 백성들을 구원하시오. 그대가 온 고려의 백성들을 구한다면 단 한 명의 황제를 시해한 죄는 모두 사라질 것이오. 다시는 그 누구도 경을 반역자로 칭하지 않을 것이며 나 또한 경을 향해 더는 역적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오. 진심으로 경을 이 고려의 충신으로 생각할 것이며 경을 이 고려를 구한 영웅으로 생각할 것이오. 그러니 부디 잘 싸우시오.”
5화 최고의 장면이었다.
역적이 되더라도 기울어가는 고려를 지켜내고 싶었던 강조와 백성을 위해 어떻게든 전쟁만은 막고 싶었던 왕.
강조를 없애서라도 전쟁의 명분을 없애고 싶었지만 결국엔 출정하는 장수에게 힘을 실어준다.
남은 화 동안 왕과 장군들, 조정 대신들, 백성들이 어떻게 거란에 맞서 고려를 지켜내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말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