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0.
물질로 된 모든 것들은 신속하게 우주의 실재 속으로 사라지고, 모든 원인은 신속하게 우주의 이성 속으로 흡수되며,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은 신속하게 영원 속에 묻힌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0
상태가 이상하다.
무기력하고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하기도 하고 감정 기복도 잦다.
혹시 도파민 중독이 아닐까?
도파민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다가 사놓기만 하고 펼쳐보지도 않은 《도파민네이션》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뇌과학, 실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 잘 안 읽혔다.
언젠가부터 그런 책이 재밌다. 유용하다.
읽기 시작하면 딱딱할 것 같다,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고 책 내용에 빠져든다.
내 생각과 행동에 대한 근거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재미가 있다.
마약, 술, 담배만이 중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책에서는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 강박적으로 소비 •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어쩌지 못하는 것도, 커피우유를 끊지 못하는 것도,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모두 도파민 중독 같다.
동생과 얘기하면서 내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느꼈지만 먼저 생활적인 면에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가볍게 여긴 것들이 어느새 내 뇌와 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파민네이션》을 쓴 애나 렘키 작가가 그럼에도 될 때까지 노력하라고 말한 게 힘이 된다.
스마트폰과 멀어지려고 비스마트폰으로 왔다 갔다 하는 내 발버둥도, 이것도 중독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관련 책을 읽고 개선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모두 노력의 과정이다.
물질로 된 것에 마음을 주는 것은 공허하다.
이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잠깐의 쾌락에 발 담그는 것도 허무하다.
기분 좋음 만을 느끼려 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 둘의 균형을 맞춰 나가기.
그 과정이야말로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