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두 번째 책을 계약하다

by 안현진


KakaoTalk_20210403_170345208.jpg

4월 1일 오후 3시.

역 근처 카페에서 출판사 대표님과 편집장님을 만나기로 했다.

3시간 30여분이나 걸려서 내가 있는 곳까지 온다고 했다.

넓고 조용하고 이야기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 이틀 전에 사전답사를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약속 하루 전 날이 되자 떨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책을 계약한다는 기쁨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전형적인 내향인이라 처음 맺는 관계가 어렵다.

이 긴장감을 어떻게 가라앉힐까.


KakaoTalk_20210403_170344644.jpg

출판사 미팅 전에 대표님이 쓴 책을 읽어보려고 주문했는데 전날 도착했다.

기숙생활을 시작한 아들에게 매일 문자로 편지를 쓴 내용을 담았다.

처음에는 안부 묻기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담아 보냈다.

고등학생 아들은 엄마의 문자 편지를 친구들과 공유했다.

어쩌다 문자가 늦게 오는 날엔 친구들이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글에서 아들을 향한 엄마의 무한한 신뢰,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중,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들과 소통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내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작가의 모습과 분위기가 그려진다.

'이런 글을 쓰는 분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거야.'

책을 읽을수록 긴장이 점차 가라앉기도 했지만 더 떨리기도 했다.

'이런 글을 쓰는 분이 내 원고가 좋다고 계약하자고 하다니!'


'이런 글'이라 함은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글이다.

따뜻함, 포근함, 편안함, 행복감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KakaoTalk_20210403_213226186.jpg

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대표님과 편집장님도 때마침 도착해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려봤던 대표님은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었다.

어색할 수 있는 자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남자일 거라 생각했던 편집장님은 나와 비슷한 성향의 여자분이었다.

비슷하다는 점에서 오는 편안함과 동질감이 느껴졌다.

편집장님이 원고에 대한 짧은 소감과 피드백을 주었다.


"글을 읽으면 작가님의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잖아요. 작가님 원고에선 선함, 행복감이 느껴졌어요."


기관에 가지 않던 연년생 아들과의 일상을 담은 글이다.

두 아들을 키우며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썼다.

아들만 둘이라 하면 거기다 연년생이라 하면

'엄마가 고생이 많겠다.'

'어떡하나. 엄마한텐 딸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딸 하나 더 낳아야지.'

하는 시선과 반응을 많이 받았다.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들만 둘이라 해서 스스로가 안됐다거나 짠하게 느끼진 않았다. 엄마마저 그러면 두 아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내 원고의 첫 독자인 편집장님도 이 글을 쓴 사람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엄마가 되게 해준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읽는 사람에게 전해진 것 같아서 행복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원고 수정 방안과 관련하여 추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날것의 원고를 따뜻하게 바라봐준 두 분을 직접 만나서일까.

인고의 시간인 퇴고 과정이 기다려진다.


두 번째 책을 계약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쓰는 대로 살아지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이 찾아오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나에게 달렸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살아온 만큼 쓸 수 있고 쓴 대로 살아진다고 믿는다.

내 글이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이유도 내 삶과 더불어 함께 따뜻하고 행복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마음, 잊지 않아야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초심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 한동안 맴돌았다.

전날과는 다른 두근거림을 안고 잠이 들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책상 하나, 내 공간이 생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