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상
올해 1월. 셋째가 태어나면서 첫째, 둘째가 잠자리 독립을 했다.
셋째가 태어나기 전 몇 번 잠자리 독립을 시도해 봤다.
새벽에 깨어 안방으로 돌아오거나 엄마랑 자고 싶다고 아예 가지 않으려 했다.
밤에 아기 우는 소리에 아이들이 깊이 못 잘까 봐 걱정되었지만 아기 때문에 엄마 아빠와 갑자기 떨어져 잔다 생각할까 봐 그냥 두었다.
셋째와 집에 온 지 2주가 흘렀을 때, 당근 마켓에서 2층 침대를 무료 나눔 한다는 글을 보고 갑작스레 침대를 들이게 되었다.
프레임만 쓰고 매트리스는 새로 주문했다.
아이들은 매트리스 언제 오냐며 얼른 침대에서 자고 싶어 했다.
2층 침대를 들인 게 신의 한 수였다.
바닥에 아이들 이불이 깔려 있다가 없으니 넓어졌다.
빈 벽을 보며 '책장 하나 더 들일까?' 하다가 여유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아기가 있으니 자연스레 안방 생활을 하게 된다.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거나 글을 쓰고 책을 보는 것도 아기 옆에서 한다.
침대 협탁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바닥에 앉아 쓰다 보니 책상 생각이 났다.
동생이 안 쓴다고 책상이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했었다.
그땐 놔둘 자리도 없고 필요도 없다며 거절했었다.
그 생각이 나자 하루라도 빨리 가져오고 싶었다.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은 남편 방, 아이들 책과 장난감이 있는 작은방은 놀이방, 안방과 거실은 공용.
그럼 내 방은?
방까지도 필요 없다.
나만을 위한 작은 공간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김미경 강사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엄마의 책상'을 보게 되었다.
이거다! 싶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나 갖고 싶은 거 생겼어요!"
"뭔데? 사줄게!"
'엄마의 책상'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더니 이게 뭐냐고 웃는다. 정말 이게 갖고 싶냐고 묻는다.
"내가 만들어줄게! 아니면 책장 두 개만 이렇게 이렇게 벽 만들어서 공간 만들면 되겠는데?!"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채 자기가 만들어 주겠다는 말만 계속한다.
가격도 꽤 나갔고 놔둘 곳도 마땅찮았기에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반응이 이럴 줄이야!
그렇게 엄마의 책상은 물 건너갔다.
셋째가 태어나고 자연스레 큰 아이들 잠자리 독립이 되자 내 공간까지 덤으로 생겼다.
연년생인 형제가 처음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낮 시간도 생겼다.
남편은 아이들 재우다가 놀이방에서 같이 잠들 때가 많다.
애들 매트리스가 더 편하다고 낮잠도 1층 둘째 침대에서 잔다.
안방이 내 방이 된 것만 같다.
친정에서 가져온 책상을 안방에 들인 날 깨끗이 닦고 내 물건을 하나씩 올려봤다.
노트북, 책, 독서대, 스탠드.
노트북 하나 올릴 크기면 됐는데 생각보다 크다.
충분하다.
엄마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곳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강의도 듣는다.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셋째를 보면서 영화도 본다.
책상 하나가 뭐라고 볼 때마다 행복하다.
읽고 쓰는 이 작은 책상 위에서 엄마의 꿈도 함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