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딱 읽고 싶은 책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나갔다.
임신했을 땐 쉬라고 애들 데려 나가고 지금은 아기가 어리니 애들이랑만 나간다.
만삭이 되니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고 배가 뭉쳤다. 같이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무거워 집에 남았다.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언제 오냐며 전화를 걸기도 했었다.
남자 셋이 너무 잘 다녀서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지금은?
혼자만 있는 조용한 시간을 서서히 즐기게 되었다.
애들 데리고 잘 다녀주는 남편에게 그저 고맙다.
"어서어서 나갔으면!"
외출 준비하느라 시끌시끌하던 와중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남자 셋이 우르르 나가니 집안이 조용해졌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거실 책장을 돌아다니며 생각나던 책을 한 권씩 뽑았다.
예전에 읽었던 책, 읽다가 중단한 책, 지금 읽고 있는 책, 비닐도 안 뜯은 새 책.
어떠한 기준도 없이 그냥 지금 딱 읽고 싶은 책들, 머릿속에 맴돌던 책들을 뽑아냈다.
두 권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다.
둘 다 그거 어디 있을 텐데, 안방 쪽 책장에 있을 텐데, 흰색 표지인데, 푸른색 표지인데 -
하면서 어디쯤에 꽂혀 있는지 얘기했다.
통화하면서 찾았다.
몇 번이나 훑어봤던 책장인데 눈에 안 들어왔었나 보다.
둘의 기억대로 책은 그즈음에 꽂혀 있었다.
이래서 책을 사서 보는 걸 좋아한다.
언제 어느 순간 생각나면 바로 뽑아서 읽을 수 있다는 게 좋다.
애들 책을 계속 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밑줄이 그어져 있고 책 귀퉁이가 접혀 있는 부분을 다시 펼쳐본다.
후루룩 넘겨본다.
자고 있던 셋째가 깼다.
기저귀를 갈고 맘마도 먹이고 트림을 시킨 후 침대에 눕혔다.
그 사이 빨래는 다 돌아갔다고 알람이 울린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대개 독서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읽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읽고 싶다.
그 행복한 굴레에서 평생 벗어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