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후진 유머와 그에 반응하는 아이들 모습도 기억하고 싶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선우는 <캡틴 언더팬츠>나 <도그맨> 책을 가지고 온다.
"엄마~ 도그맨 언리쉬드 틀어줘~"
노트북에서 선우가 찾는 음원을 틀어준다.
간식을 먹으며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여름까지만 해도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dvd부터 보고 싶어 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는 오히려 내가 묻곤 한다.
"dvd 볼까? 언제 볼 거야?"
"지금 안 보고 싶어~"
그러다 넘어가는 날도 여럿이다.
7살이 되면서 영어 집중 듣기를 시작했다.
5분 정도 걸리려나.
cd에 맞춰 듣기만 하면 된다.
형 듣는 김에 너도 들어라 해서 윤우도 옆에 앉혔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볼펜을 들고 같이 들었다.
선우가 음원과 책 내용을 정확히 따라가는 걸 본 후로는 선우에게 맡겼다.
"엄마! tv 볼래~"
"응. 듣기부터 하자~"
dvd 보기 전엔 무조건 영어 듣기부터 해야 했다.
듣기를 안 하고 싶어서 미루다가 dvd도 안 보고 넘어간 적이 있을 거다.
윤우는 곧잘 듣다가도 집중 못 하고 장난치거나 듣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야(형아)만 들으면 안 돼?"
"알겠어. 형아도 6살엔 안 들었으니까 윤우도 아직 하지 말자."
"앗싸!"
어느 날은 dvd를 얼른 보고 싶어 형을 재촉하기도 한다.
"하야(형아)~ 어서 들어~"
권하지 않아도 선우가 들을 때 같이 보고 듣는다.
"다 들었어!"
"오늘은 뭐 볼 거야?"
"업 볼 거야!"
"어제도 봤잖아?"
"오늘 또 볼 거야~"
영화 <up>을 틀어 주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나 : "업 맞아? 다운 아니야?"
아이들 : "... ..." (둘 다 이해를 못함)
나 : "업 맞냐구~ 다운 아니야?"
선우 : "... 업이야!"
윤우 : "다운? 다운 뭔데~?"
나 : "업 다운~ 업 다운~"
선우 : "... 업이야!"
윤우 : "업 다운? 업 다운 뭔데~"
나 : "엄마 유머를 이해 못 하는군..."
남편에게 선우, 윤우 흉내를 내며 이 이야기를 하니 크게 웃는다.
임시저장으로 해 둔 사진을 불러왔다.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사진을 보며 한참 생각했다.
'내가 뭘 얘기하고 싶었더라?'
'이날 무슨 일이 있었지?'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서 남편에게 얼른 얘기한다.
아이들이 커가며 했던 말과 행동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떤 하루를 보내왔는지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쓴다.
오늘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왔다.
엉망인 집을 깨끗이 치우는 게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바닥에 있는 책과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는데 은서는 끄집어 내고 있다.
엄마를 찾지 않고 혼자 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전에 햇살이 제일 많이 들어온다.
창문에 붙여 놓은 선우의 글라스 데코가 바닥에 비친다.
한 번씩 블로그를 보면서 선우, 윤우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오빠들처럼 은서의 영유아기도 촘촘하게 기록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