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과 온탕을 오가게 하는 아들 둘
야간 근무하는 날은 남편이 집에서 오후 4시 50분에 나간다.
나대신 아이들 등 하원이 모두 가능한 날이다.
유치원 데리러 가기 전에 도서관과 서점에 들렀다.
은서 기저귀, 물티슈, 한 번 먹을 맘마만 간단하게 챙겨서 도서관과 서점 가는 시간이 좋다.
도서관에서는 반납과 대출을, 서점 가서는 애들 책과 내 책을 구매했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과 아이들 한글 교재, 스크린 영어회화 책을 샀다.
한글 교재는 연령도, 단계도 낮춰서 쉬운 걸로 샀더니 둘 다 재밌다고 앉은 자리에서 반을 풀었다.
목요일, 등원하면서 아파트 앞에서 구몬 견본 교재를 받았다. 불빛이 들어오는 해골 반지도 하나씩 얻었다.
유치원 마치고 와서는 문제 풀고 선 긋고 스티커 붙이는 견본 교재를 서로 하려고 티격태격했다.
'안 하니까 학습지 같은 것도 재밌겠지?' 싶어서, 심심할 때 해보라는 생각으로 한글 교재를 샀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2단계 책도 얼른 사주고 싶다.
아빠의 영어 공부용으로 산 책을 아이들이 본전 뽑는다.
겨울 왕국, 업, 코코, 소울, 스파이더맨 ….
스크린 영어회화에는 성우가 녹음한 cd가 들어있다.
이걸 선우가 무한 반복해서 튼다. 책에 간간이 나오는 영화 장면 보는 것도 좋아한다.
번갈아가며 그때그때 듣는 게 다르다. 최근엔 오랜만에 영화<업>을 다시 보고 들었다.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선우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어벤저스 스크린 회화 책을 사러 갔는데 없었다.
히어로물을 좋아하니 <빅 히어로>도 좋아할 거라 예상했다.
극장 개봉 당시, 친구랑 영화관에서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선우가 뱃속에 있을 때였는데 어느새 이걸 볼 만큼 컸다니.
영화를 보다가 후다닥 뛰어가더니 책을 가져온다.
영화 속 장면을 책에서 찾아본다.
은서 재우고 같이 보려고 했는데 잘듯 자지 않았다.
"엄마아~ 은서 좀~"
"엄마아~ 은서가 팝콘 먹으려고 해~"
"엄마아~ 은서가 자꾸 잡아~"
안고 있다가 화장실 간다고, 설거지한다고 잠깐 내려놓으면 오빠들 방으로 간다.
문을 닫아 놓으면 닫힌 문 앞에 위태위태 서 있는다.
오빠들이 먹는 거, 보는 거, 하는 거에 관심이 많은 동생이다.
엔딩크레딧까지 다 보고야 껐다. 영화 ost가 윤우의 취향 저격이다.
아이들이 4,5세 때까지만 해도 차에선 마더 구즈나 찰리앤롤라, 맥스 앤 루비를 들었었다.
남편과 내가 들을 거라고 팝송을 몇 번 틀었더니 아이들도 좋아하는 팝송이 생겼다.
5-6세, 6-7세가 되니 먼저 이거 틀어 달라고 말한다. 특히 윤우가 노래 부르고 듣는 걸 좋아한다.
dance monkey, the walker, hands clap, beggin, parachute, burn the house down ….
웅장하고 신나는 곡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bts 노래 중에선 on을 좋아한다.
영화 보기 전, 선우가 앞니를 뺐다.
흔들린 건 2주 정도, 이제 정말 빠지겠는데 한 건 4일 정도 된다.
전날 밤, 빠지기 직전인데? 힘만 조금 줘서 당기면 빠질 것 같은데? 하다가 하루를 더 보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선우에게 맡겨 뒀다. 혼자 밀고 눌러보고 당겨보더니 툭 빠졌다.
이번 앞니는 온전히 선우 힘으로 뺐다.
아이들이 잠들고 tooth fairy가 되어 베개 밑에 넣어둔 이를 가져오고 천 원을 놔뒀다.
나는 빠진 이를 뭐하려고 자꾸 모으는 걸까.
'이 조그만 이로 밥 먹고 이만큼 자랐구나' 싶어서, 첫아이의 첫 유치라 버리지 못해 모아둔다.
내년 윤우의 이가 빠질 때는 선우 때와 또 다를 것이다.
첫아이와 겪는 첫 경험은 남다르다.
뒤집기부터 시작해서 앉기, 걷기, 이유식 먹기, 말하기, 그림 그리기, 씽씽이 타기, 자전거 타기, 한글 읽고 쓰기, 유치 빼기 ….
어릴 때부터 연년생 형제의 성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게 달랐다.
그 차이를 찾고 관찰하면서 아들 키우는 재미를 느꼈다.
3-4세, 4-5세 땐 둘 다 자동차를 좋아했지만 달랐다.
선우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를 윤우는 중장비 차를 좋아했다.
선우가 좋아하는 것 : 자동차, 소방관, 스티커, 퍼즐, 색칠, 그림 그리기, 스파이더맨
윤우가 좋아하는 것 : 총, 칼, 드론, 경찰관, 큐브, 공구, 인형, 아이언맨
"엄마! 선물 줄 거 있어~"
선우가 유치원 가방에서 그림 액자를 꺼내 보인다.
웃고 있는 엄마 아빠 그림과 사랑해요, 너무 좋아요 하는 글귀를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책상 앞에 걸어두었다.
아이들이 웬일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엄마~ 어제 본 거 빨리 보고 싶어~ 오늘은 일찍 볼래."
"일어나자마자 tv 보는 건 안 좋은데."
"왜?"
"저번에도 얘기했잖아. 선우가 잘 때 뇌도 같이 잠을 자. 일어난 직후에 뇌도 팽팽팽 돌아가는 데 tv를 보면 뇌가 생각을 멈춰."
"그럼 뇌가 죽는 거야?" (윤우)
"아니... 생각하는 걸 잠깐 멈추는 거지."
"그럼 언제 볼 수 있어~ 시간 정해줘!" (선우)
"아침 먹고 조금만 있다 보자~ 10시?"
수긍한 건지 더는 말이 없다.
'tv 보는 걸로 실랑이하지 않아 좋구나. 대견해.' 생각하는 사이 괴성을 지르며 베개 싸움을 한다.
은서 맘마 먹고 자야 한다고 방에서 내보냈더니 거실에서 이야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다다다다 뛰어가는 소리에 내 목소리도 커졌다.
"선우야아!!!!"
주말 아침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키우는 아들이 둘이나 살고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