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을 알아준다는 것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격

by 안현진



IMG_7927.jpg 좀비...?

선우의 얼굴을 긁었다.

오늘 아침, 남편이 교육받으러 가는 길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9시 30분까지 가면 돼서 8시 50분에 나가면 딱 맞았다.

어제 하루는 가족이 모두 피곤했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두부와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했고, 남편은 야간 근무를 서고 주간 대근을 연이어했다.

저질 체력인 나는 은서를 데리고 친구 집에 갔다 왔다.

11시 전에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을 뜨니 8시 10분이다.

남편이 씻는 동안 선우와 윤우를 깨우고 빵 한 조각씩 건넸다.

일어나자마자 먹는 빵도 안 넘어갔을 텐데... 느릿느릿 챙기는 동안 나는 계속 재촉했다.

"어서 먹어~"

"어서 양치해~"

"어서 옷 입어~"

"아빠 갈 때 가야 해~ 늦으면 안 돼~"

선우는 평소에도 챙기는 속도가 느리다.

나는 급한데 아이는 느긋할 때 속에서 부글부글한다.

"어서 안 챙길래?!"

아이들이 옷을 입는 사이 물통을 챙기러 갔다.

"우아아앙- 엄마~~ 윤우가 나 때렸어!"

어제도 서로 때렸느니, 누가 먼저 놀렸느니 티격태격해서 혼냈는데 바쁜 아침에 또 그런다.

아이의 감정을 잘 공감해 줘야 하는데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은 정지가 된다.

머리로는 '공감 공감! 감정 챙겨줘야 해!'라는 말이 팽팽 돌아가는데 표정과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딱딱하다.

"장난으로라도 때리지 말라했지! 그럼 둘 다 혼난다고 엄마가 말했어 안 했어!"

남편이 오더니 울고 있는 선우의 감정을 나 대신 챙긴다.

"선우가 슬펐네. 마음이 안 좋았네. 너네 빅 히어로에서 싸우고 때리는 거 나오니까 그거 따라 하는 거 아니야?"

자상하게도 묻는다.

이럴 땐 육아책 읽는 나보다 훨씬 낫다. 읽으면 뭘 하나. 행동이 쉽지 않은데...

윤우가 다 챙겨서 방을 나가고 선우는 옷도 안 입고 울고 있다.

감정이 다 해소되지 않은 거다.

그런데도 어서 챙기라는 엄마 말에 울며, 짜증 내며, 낑낑대며 옷을 벗는다.

그 모습이 답답했다. 손을 위로 올렸을 때 거칠게 잡아당겼다.

"아야! 우에에엥."

휙 벗길 때 뭔가 긁히는 느낌이 났다. 선우가 아야 하며 입가를 만졌다.

빨간 줄이 가 있다.

'이게 내가 낸 상처라고?'

심장이 쿵 했다.

"선우야... 어디가 아파?"

"여기."

"여기 맞아?"

"응."

"여기가 아파?"

끄덕끄덕한다.

"아이... 어떡해... 미안해 선우야..."

긁힌 부분을 쓰다듬으며 사과하니 울음을 멈춘다.

천천히 옷 입는 걸 도와준 뒤 다시 사과를 하고 안았다.

아이들이 간 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거친 손길로 선우 얼굴에 상처를 냈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보듬어 주면 되는 거였는데...


IMG_7921.jpg 앉아서 타면 안 되는 거니...?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들 내려 주고 교육 들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자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자책? 왜?"

말할까 말까 하다가 말했다.

선우 옷을 거칠게 벗기다가 상처가 났다고.

"괜찮다! 상처 내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옷 벗기다가 그런 건데 그럴 수 있지! 자책하지 마라~ 현진아, 잘하고 있다."

대번에 괜찮다고, 별것 아니라는 듯 얘기하는 남편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교육이 끝나고 같이 점심 먹고 가자고 하는 걸 나랑 먹으려고 바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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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서점에서 샀던 한글 교재를 재밌게 풀어서 또 샀는데 그것도 다 했다.

알라딘에서 애들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그때 선우 반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다.


"선우 어머니.. 선우가 자유놀이 시간에 그린 스파이더맨 그림입니다.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다네요.

놀이 후 정리도 너무 잘하지요?

칭찬 많이 많이 부탁드려요~~~"


그 사진에 또 울컥했다.

선우는 섬세한 아이다. 알면서도 알아주기 힘들 때가 많다.

윤우에 비해 잘 삐지니 상대적으로 도드라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들 책을 보다가 육아서도 둘러봤다.

푸름이 아버지 신간이 저번 달에 나왔었다.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이라니...

제목부터가 또 울컥이다.

이북에도 있었지만 이건 종이책으로 읽어야겠다 싶어서 같이 주문했다.

미안해... 엄마가 잘 안되면 잘 될 때까지, 억지로라도 될 때까지 노력할게...

선우가 집에 돌아오면 그림 너무 멋있었다고 꽉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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