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각 속에 현재적으로 생겨나는 모든 인상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4.

by 안현진

네가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신들을 경외하는 자로서 네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 만족하는 것,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정의롭게 대하는 것, 그 어떤 불순한 것도 너의 생각 속으로 몰래 들어오지 못하게 너의 생각 속에 현재적으로 생겨나는 모든 인상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그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4.



필사 문장을 읽을 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쩜 지금 내 상황과 감정이 오늘 문장과 비슷할까.

‘마치 네 마음 다 알아.’ 하듯이 적혀 있다.

오늘도 그렇다.

조금 전까지 괴롭고 불편한 감정을 일기에 쏟아 내고

《명상록》을 펼쳤다.

다섯 줄의 문장을 읽어 나가는데 뜨끔뜨끔한다.

내가 처한 현재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 만족하라.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정의롭게 대하라.

어떤 불순한 것도 내 생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주의 깊게 살펴봐라.

어제 오후, 괴로운 마음에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다.

선행은 하면 좋은 것이고 권하는 것이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되고 나쁜 게 아니라고 하셨다.

내 일이 아닌 것은 그들 일이니 알아서 하고, 그 일에 대해서 내가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라고.

내가 못하겠다, 하기 싫다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 내 시선이 닿은 책 뒤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눈물이 툭 떨어졌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한 젊은 청년에게 스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영원히 이룰 수 없다고, 남의 마음까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아주 위험한 독재자의 마음이라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이들에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 가까운 이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나보다는 괴로워하는 나를 더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 속으로 불순한 것이 계속 들어온다.

그것들을 밀어내고 막아내는 게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왜 힘든지, 왜 괴로운지, 왜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는지 괜찮아질 때까지 묻고 답하는 일뿐이다.

피하고 싶다는 대답이 나왔으면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남보다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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